이영애 손예진 이효리 한예슬 김태희 송혜교 김아중 …. 이들의 공통점 두 가지는? 하나는 물어보나마나 국내 정상급 여자 연예인이라는 점.

두 번째는 조금 난이도가 높다. 눈썰미가 어느 정도는 돼야 맞힐 수 있는 질문이다. 정답은 모두 소주광고 모델들이라는 것.

소주를 선전하는 CF에 국가대표급 미녀들이 총출동하고 있다. ‘한국 대표 미녀 = 소주 광고모델’ 이라는 등식이 성립할 정도다. 근육질 남성 모델들이 판을 치는 맥주 광고시장과는 뚜렷하게 차별된다. 소주 광고에 유독 미녀들이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주는 미녀를 좋아해

역대 소주 광고에 등장하는 여자 연예인들은 되짚어 보자. 일일이 열거하기에 숨이 찰 정도다. 우선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진로의 참이슬. 1대 모델은 ‘친절한 금자씨’ 이영애다. 그 뒤로 황수정이 바통을 이어받았고 박주미 김정은 김태희 성유리 남상미 등이 ‘참이슬’을 들고 미소 지었다.

잠시 태진아와 그의 아들 ‘이루’가 참이슬을 광고하긴 했지만 곧바로 막을 내렸고 김아중 김민정 하지원 등 미녀 군단이 다시 컴백했다. '참이슬’의 동생뻘인 ‘제이(J) 소주’ 광고에는 송혜교와 신민아가 등장한다.

최근 두산에서 롯데로 주인이 바뀐 ‘처음처럼’의 CF 모델도 화려하다. 이아영 구혜선 등에 이어 최근엔 이효리가 ‘처음처럼’ 병을 요란하게 흔들고 있다. 예전 ‘산 소주’ 시절에는 손예진이 간판 모델이었다.

지방으로 내려가도 사정은 마찬가지. 충청도 대표 소주업체인 ‘선양’은 주력제품인 ‘맑을 린’에 한채영과 김은주를 투입했다.

대구·경북 지역 터줏대감인 금복주는 대표 상품인 ‘참소주’에 한예슬 이보영에 이어 최근엔 손담비를 기용했다. 광주·전남 지역의 맹주 보해양조는 ‘잎새주’ 광고 모델로 정려원 장나라 한지민 백지영 등을 앞세웠다.

◆맥주는 달라요

맥주 광고 시장은 소주와 판이하게 다르다. 여성 모델들도 등장하긴 하지만 포커스는 주로 남성에 맞춰진다. 하이트의 ‘맥스’를 광고하는 장동건이 대표적. 몇년 째 차가운 맥주를 꿀꺽꿀꺽 넘기고 있다.

하이트의 다른 광고도 마찬가지다. 이종격투기 선수인 추성훈이 등장했고 최근엔 10대들의 우상인 ‘빅뱅’이 참여했다.

이에 질세라 카스 맥주는 ‘꽃보다 남자’로 스타 반열에 오른 이민호를 신제품 ‘카스 2X’의 모델로 긴급 투입했다. 이밖에 박중훈 정우성 원빈 김래원 권상우 이병헌 등 ‘한 얼굴’ 하는 남자 배우들도 모두 한 차례씩 맥주 광고를 거쳐 갔다.

CF의 전체적인 톤도 소주 광고와 달리 매우 역동적이다. 뛰고 달리고 넘어지는 장면이 많다. 반면 소주 시장에는 아리따운 여성이 춤을 추거나 윙크를 하는 정적인 광고가 주류다.

◆미녀가 소주로 몰리는 이유

소주 광고시장이 처음부터 ‘여인 천하’는 아니었다. 1990년대 중반 까지만 해도 야성미 넘치는 남성이 광고 시장을 주름 잡았다. 최민수 유오성 장동건 등이 이 시절 소주를 ‘팔던’ 대표 모델들이다. 소주 시장의 주 고객층이 남성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알콜 도수를 낮춘 ‘순한’ 소주가 등장하면서 광고 시장에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 근육질의 남성이 물러나고 청순한 이미지의 미녀 군단이 밀고 들어오기 시작한 것. 1999년 진로가 ‘참이슬’ 모델로 이영애를 기용한 것이 시초다. ‘소주 = 독한 술’ 이라는 이미지를 떨쳐 버리는데는 ‘미녀’가 특효약이라고 판단했다. 여성 애주가들에 대한 공략이 시작된 것이다.

참이슬의 ‘미녀 공세’에 라이벌인 ‘그린소주’는 김혜수로 맞불을 놓았고 이런 전통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소주 광고에 여성 모델이 등장하게 된 또 다른 이유는 소주 광고의 전달 매체가 주로 ‘포스터’라는 점. 광고업체 관계자는 “맥주 광고는 주로 TV에 의존하는 반면 소주 광고의 상당 부분은 술집의 포스터를 통해 효과를 발휘한다”며 “포스터 사진으로는 아무래도 남성보다 늘씬한 여성이 제격”이라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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