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지나온 길들이 나무에 기대어 있다

왼쪽은 위로 오른쪽은 아래로 향한

페달 밟으면

언제든지 떠날 준비가 되어있는 그,

힘을 받쳐주던 체인도 털털거리며 달리던 바퀴도 잠시 숨을 고르고 있다(…)

어깨를 내어준 나무가

오르내리던 길에서 만난 응달까지도

불러와 고요히 토닥이고 있다

저러고 싶을 때가 있다

모든 걸 내려놓고 누군가에게 기대어

깨워도 일어나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기지개를 켜고 스스로 걸어 나갈 때까지

마냥 지켜보고 싶은 풍경을 영원히

덧칠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박정원 '잠자는 자전거' 부분


두 바퀴면 세상을 얻기에 부족함이 없는 그다. 수많은 길을 지나왔고, 지금도 어디론가 떠날 준비가 돼 있다. 그런 그가 잠시 오수(午睡)에 빠져 있다.

지난 길에서 만났던 응달이 고맙게 햇볕을 가려준다. 시인은 자전거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낮잠까지 재운다. 자전거는 페달을 쉼없이 밟지 않으면 쓰러진다. 그래서 열심히 페달을 밟아야 인생에서 성공한다. '자전거론'을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왔던 직장인들. 그들도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누군가에게 기대어 숨을 고르고 싶지 않을까.

남궁 덕 문화부장 nkd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