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 농심 회장 손욱입니다. 불편한 점 있으십니까?"

"제가 몇 년간 농심 사발면만 먹어왔는데 맛이 예전 같지 않던데요. 이보쇼,좀 제대로 만들어야 할 거 아닙니까!"

"선생님,사실 저희가 얼마 전부터 라면 스프에 MSG(글루탐산나트륨)를 넣지 않고 있습니다. 화학조미료 대신 천연소재를 이용해 기존 맛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고객의 건강을 위해서 내린 결정입니다. "

"아,그런 거였군요. 소비자 건강까지 챙겨주시니 오히려 감사할 일이네요. 근데 정말 회장님 맞습니까?"

"마땅히 해야 할 일인걸요. 그리고 저 농심 회장 맞습니다. "

최근 농심 소비자콜센터에서 벌어진 일이다. 손 회장이 "사발면 맛이 변했다"며 잔뜩 뿔이 난 한 중년 남성 고객을 잘 설득시켜 "건강을 챙겨줘 감사하다"는 말까지 들은 것.

손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순번을 정해 매달 한 번씩 40여분간 콜센터에서 고객들 전화를 직접 받는다. 다음 달로 1년이 되는 이 핫라인 제도는 임원들이 고객 불편을 직접 듣고 신속히 처리해 주는 일종의 현장 체험이다. 특히 달변가인 손 회장의 민원처리 솜씨는 전문 상담원 뺨친다고 한다. 농심은 고객 신뢰를 높이는 데도 효과가 있다고 판단,'콜센터 당번'을 부장급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