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정부)에서 아무런 얘기가 없는데 우리보고 어쩌란 말입니까. 우리도 어떻게 돌아가는지 신문을 보고 아는 정도입니다. "(개성공단지원단 관계자)

북한측이 요구한 임금 현실화와 토지이용료 조기 부과에 대한 정부 대책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 담당자는 역정부터 냈다. 다른 정부 관계자도 "북한이 설마 달러를 벌어다 주는 개성공단 사업을 중단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며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며 막연한 낙관론을 폈다.

북한의 일방조치로 우리 정부는 또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장거리 로켓 발사와 6자회담 불참 선언 등 일련의 대남 압박 조치들에 이어 개성공단을 빌미로 남측에 '돈'과 '사업 중단' 중 양자택일을 강요하고 있어서다. 정부는 1년 2개월만에 찾아온 남북대화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탄력적인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개성접촉 이후 사흘이 지났지만 정부의 후속 조치는 여전히 안개속이다. 고민이 많다는 의미다. 마땅한 대책도 없이 북한만 바라보는 우리 정부의 딱한 처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개성공단 문제는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지난 2000년 8월 현대아산과 북한 당국 간 개성공단 개발 합의서 채택으로 시작된 개성공단 사업은 매번 남북간 정치적 소용돌이가 터질 때마다 '외풍'을 탔다. 걸핏하면 통행을 차단해 입주 기업들의 애를 태우게 하곤 했다. 그때마다 우리 정부가 한일 이라곤 북한에 정상화를 촉구하는 게 고작이었다. 그러니 업체들의 불만도 많다.

한 신발업체 관계자는 "'비즈니스 프랜들리'를 주창해온 정부가 개성공단만은 예외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이곳에서 몇차례 사업 위기에 처한 업체 관계자들은 정부에게 기대하지 않는다"고 격앙된 어조로 말했다. 다른 의류업체 관계자는 "은행에선 대출금을 갚으라는 전화가 수시로 걸려 온다. 개성 입주 땐 대출금도 알선해 주던 정부가 정작 어려울 땐 못 본 척한다"고 비판했다.

지금 개성은 지난 2004년 공단 입주 당시 정부가 밝혔던 '동북아의 대표적 생산기지'와는 거리가 멀다. 정치 파고에 따라 통행자체가 안되는 정치적 볼모지로 전락하고 있다. 남북간은 물론 입주 업체와 정부간에도 불신의 강이 깊어만 간다.

장성호 정치부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