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세포를 이용해 조직공학적 방법으로 혈관을 만들어 내는 기술이 개발됐다고 AP통신 등이 23일 보도했다.

미국 사이토그래트프 조직공학(Cytograft Tissue Engineering)회사의 토드 매컬리스터 박사는 진행성 신부전 환자의 피부세포로 혈관을 만들어 이를 혈액투석에 필요한 동정맥단락(shunt)으로 사용하는 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신부전 환자가 혈액투석을 하려면 환자로부터 동맥혈을 빼내 인공신장(투석기)에 연결하고 투석된 혈액을 다시 환자의 정맥을 통해 되돌려 주어야 하는데 이 때 동맥과 정맥의 출입구로 동정맥단락이 사용된다.

이 단락은 환자 자신의 혈관을 떼어내 쓰기도 하지만 그럴만한 혈관이 많지 않아 플라스틱 튜브를 쓰는 게 보통이다.

매컬리스터 박사는 신부전 환자 10명의 손등으로부터 피부세포 샘플을 아주 조금 떼어내 이로부터 정맥혈관의 뼈대가 되는 섬유모세포와 정맥내피를 만드는 내피세포를 추출, 성장인자를 써서 시트(sheet) 모양으로 배양한 다음 이를 둘둘 말아 길이 15-20cm의 혈관을 만들었다.

이 방법으로 혈관이 완성되는 데는 6-9개월이 걸렸고 이 혈관은 10면의 환자 각자에게 이식돼 혈액투석에 사용되었다.

이들 중 3명은 투석에 실패했고(중증 신부전 환자는 흔히 있는 일이다) 1명은 심한 위장출혈이 발생해 제외됐으며 1명은 이와는 관계가 없는 원인으로 사망했다.

그러나 나머지 5명은 6-20개월 동안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플라스틱 튜브는 보통 12개월이면 못 쓰게 되지만 이 조직공학 혈관은 1년에서 길게는 5년까지 쓸 수 있으며 또 필요할 때 만들어 쓸 수가 있는 이점이 있다.

다만 재래식 플라스틱 튜브는 가격이 3천달러 정도인데 비해 이 조직공학 혈관을 만들려면 현재로서는 1만-1만5천 달러가 소요된다고 한다.

이 연구결과는 영국의 의학전문지 '랜싯(Lancet)' 최신호(4월25일자)에 실렸다.

(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skh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