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 주기 짧아지면 갚을 돈 '눈덩이'

[Cover Story] 이자에 이자 붙는 '복리의 마술'

인도에는 서양의 체스에 해당하는 차투랑가를 개발한 라즈리시 모한이라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전투에 이긴 장군이 차투랑가를 하면서 전략을 익혔다는 것을 안 라주 왕이 어느 날 차투랑가의 개발자인 라즈리시를 불러 상을 주겠다고 했다.

라즈리시는 고민 끝에 차투랑가 판의 첫 칸에 쌀 한 톨, 그리고 다음 칸으로 갈 때마다 전 칸의 두 배를 달라고 한다.

왕은 소박한 소원이라 생각하나, 실제로 쌀을 놓아보자 그것은 지킬 수 없는 약속이란 것을 알게 된다.

64칸의 자리 중 첫 번째 자리에서 1알로 시작한 쌀이 40번째 자리에서는 무려 2000가마로 불어나고 41번째 자리에서는 4000가마, 이런 식으로 불어나 전 세계의 쌀을 다 모아도 체스 칸의 자리를 채울 수 없다는 계산이 나왔기 때문이다.

승수, 즉 곱하기의 위력을 보여주는 인도의 우화지만 사채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단리가 아닌 복리를 적용하는 사채에 현혹되는 것은 단리와 복리의 개념 등 금융 생활의 기초를 정확히 학습하지 않은 탓도 있다.

복리 개념을 통해 저축의 힘과 사채 금리구조의 무서움을 알아보자.

⊙ 단리와 복리, 72의 법칙

이자율 계산방식은 단리법과 복리법 두 가지가 있다.

단리법은 원금에 대해서만 이자를 매긴다.

복리법은 원금과 이자를 모두 합친 금액에 이자를 매긴다.

예를 들어 원금 100만원을 연 10% 이자율이 10년간 맡기면 단리법은 첫 해에도 10만원, 둘째 해에도 10만원의 이자를 계산해 2년 후 갚아야할 총 금액은 120만원이 된다.

10년 후에는 200만원이 된다.

복리법은 첫 해에 10만원의 이자를 부담하고 그 10만원을 원금에 포함시켜 둘째 해의 이자를 계산한다.

즉, 원금이 110만원이 되고 여기에 10%의 이자율을 적용하기 때문에 2년 후 갚아야 할 원금과 이자(21만원)는 121만원이 되는 것이다.

10년 후 에는 259만원이 된다.

은행 예금이나 대출은 대부분 단리를 적용한다.

은행에 정기예금을 할 경우 1년 후 이자를 원금과 합해 정기예금에 다시 가입하면 복리의 효과를 볼 수 있다.

72의 법칙은 원금이 두 배가 되는 기간이 대략 얼마나 걸릴지 알려주는 것으로 '72÷이자율'로 계산한다.

만약 복리로 이자율 연 8%인 금융상품에 저축했다면 원금이 두 배가 되는 데는 대략 9년이 걸린다.

빚진 돈이 두 배가 되는 데 걸리는 기간도 이를 통해 알 수 있다.

대출금리가 복리로 연 24%라면 72÷24=3, 즉 3년 만에 대출금이 원금의 두 배가 되는 것이다.

만일 연 24%가 아니라 월 24%라면 3개월 만에 대출금이 원금의 두 배가 된다.

실제 사채시장에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고 있다.

⊙ 일수대출의 함정

[Cover Story] 이자에 이자 붙는 '복리의 마술'

사채가 무서운 것은 복리의 마법 때문이다.

보통 대출은 단리로 이뤄지는데 사채는 비정상적으로 복리를 쓴다.

특히 이자계산 주기를 1년이 아니라 하루로 정하고 대출금을 대출기간 중 나누어 갚도록 하기 때문에 실제 부담하는 이자율은 훨씬 높다. (이자계산 주기를 무한대로 단축할 경우 이자율은 자연상수 е배에 수렴한다. 관련내용은 '김희연의 자연계 논술 노트' 참조)

사채시장에서 흔히 말하는 '일수대출'이란 이처럼 원금과 이자를 매일 갚아나가는 방식이다.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부녀 자살사건의 여대생 이모씨의 사례를 보면 그녀는 2007년 3월 사채업자 김 모씨로부터 300만원을 빌렸다.

매일 4만원씩 3개월(90일)에 걸쳐 갚는 조건이었다.

이씨는 계약 직후 선(先)이자로 50만원을 빼고 250만원만 받았다.

이 경우 3개월간 250만원을 이자 50만원을 내고 빌렸으므로 단순히 생각하면 연이율이 80%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자를 미리 지불했고, 원금도 만기에 한꺼번에 갚는 것이 아니라 매일 갚는 것이기 때문에 실제 부담하는 이자는 이보다 훨씬 높다.

금융감독원의 일수 계산기에 김씨의 대출 조건을 입력해 보면 이자율이 연 313%에 달한다.

연체를 한번도 하지 않았을 때가 이 정도이므로, 만일 연체를 하게 되면 연체액이 원금에 더해지기 때문에 실제 부담 이자율은 더욱 불어난다.

하지만 사채업자는 복잡한 복리의 이자를 자기식대로 계산해 연율인지 월율인지 도 밝히지 않고 이자율이 20%라고 소개했다고 한다.

300만원을 빌려줬으니 매달 갚을 돈 100만원에 20%씩 이자를 붙이면 월 120만원을 갚게 되고,3개월이면 360만원이 된다는 식으로 속였다는 것이다.

사채업자 김씨는 이렇게 해서 이씨가 갚지 못하는 이자를 원금에 포함시켜 다시 빌려주는 일명 '꺾기' 수법으로 1년 만에 빚을 1500만원까지 늘렸다.

1년10개월 후인 작년 말엔 빚이 6700만원으로 불어났다.

연리로 따지면 2000%가 넘는다.

⊙ 능력에 맞지 않는 소비 자제해야

사람들이 사채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것은 대부분 갑자기 돈이 필요한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장이 있는 사람들이 저축을 하지 않으면서 능력에 맞지 않게 소비를 하기 때문인 경우도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가계 순저축률은 1991년 24.6%에서 외환위기 이후 계속 하락해 2000년 10.7%로 떨어졌고 2007년에는 2.5%로 낮아졌다.

최근 장기간 저금리가 지속되고 은행들이 가계 대출에 치중하면서, 차근차근 돈을 모아 능력 한도 내에서 소비를 하기보다 대출을 통해 부동산을 사고 카드 빚으로 무분별한 소비를 했던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2002년 우리나라의 카드 사태도, 현재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도 따지고 보면 버는 것보다 많이 소비하고 돈을 제대로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대출로 주택을 구입한 결과다.



저축 금액 내에서 소비를 해야 한다는 것은 건전한 경제생활의 기초다.



대출을 받더라도 원금과 이자를 충분히 갚아 나갈 수 있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정재형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j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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