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기가 바닥을 모른 채 하락세를 달리던 지난 1월.'뚝심의 경영자'로 알려진 김준기 그룹 회장이 경기도 곤지암 동부그룹 인재개발원에 계열사 임원들을 불러모았다.

임직원의 고통분담과 단합이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순간에 김 회장이 강조한 것은 패기였다.

김 회장은 10년 전의 외환위기를 상기시켰다. 그는 "외환위기 상황에도 퇴출된 회사 하나 없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한 경험을 살려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어 간다는 각오로 새로운 신화를 창출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전기로에 올인


동부그룹은 동부제철의 전기로 건설에 힘을 모으고 있다. 오는 7월 준공을 앞두고 있는 전기로는 현재 80% 가까이 공사가 진척돼 있다. 고철을 원료로 하는 전기로 사업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기존 고로 제철공장보다 3분의 1 수준에 불과해 대표적인 친환경 사업으로 꼽힌다.

동부제철이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은 조기 완공. 딱 19개월 보름 만에 전기로를 완성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미국의 세베스탈 콜럼버스의 최단 공사기록인 21개월을 크게 단축하는 것이다.

◆동부하이텍 비메모리에 집중

동부하이텍은 대만 업체 등 해외업체들이 선점하고 있는 비메모리(시스템LSI)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이 사업을 통해 반도체의 설계와 생산, 마케팅까지 모든 작업을 할 수 있는 종합반도체 회사로 거듭나기 위해서다. 성과도 이어지고 있다. 동부하이텍은 지난해 말 LCD(액정디스플레이)를 구동하는 칩개발에 성공해 세계 2위 LCD 업체인 LG디스플레이에 공급했다. 최근에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불리는 AM OLED(능동형 유기발광 다이오드) 구동칩 개발에 성공하기도 해 독자적인 기술 기반을 넓혀나가고 있다.

◆동부건설은 명품주택으로 승부


'센트레빌'로 건설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동부건설은 고급아파트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사업을 벌여온 탓에 지난해 전국을 휩쓴 미분양 공포에서도 비껴나가 있었던 점을 백분 활용해 100% 분양 기록을 이어나간다는 전략이다.

한편 동부그룹은 손해보험을 비롯해 생명보험, 손해보험, 증권, 저축은행, 자산운용, 캐피털 등의 금융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는 이점을 활용해 첨단 금융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동부는 첨단 금융 기법을 적용한 다양한 상품을 개발해 신규 고객을 늘리는 한편, 균형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 수립을 통해 국내 톱5에 드는 종합금융그룹으로 자리잡을 계획이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