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제작을 위해 도로를 계속 빙빙 돌기도 하고,건물을 체크하느라 한눈 팔다 사고가 나는 경우도 많았죠.'내비게이션 지도에 왜 우리 집이 없느냐'며 항의하는 고객도 있답니다. "

SK마케팅앤컴퍼니의 위치기반 서비스(LBS) 사업본부에서 전자지도 제작을 담당하는 황은석· 최인준 매니저는 자칭 '21세기판(版) 김정호'다. 조선시대 고산 김정호 선생이 '대동여지도'를 만들었다면 이들은 내비게이션,휴대폰,인터넷 등에 공급하는 전자 지도를 그리고 있다.

황 매니저는 "항공 · 위성사진 기술이 아무리 발달했다지만 지도 제작의 핵심은 역시 발품"이라며 "현장 실사를 나갈 때는 전국 방방곡곡을 직접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월요일 회사를 떠나 금요일에 복귀하는 일도 잦다"고 설명했다.

실사팀은 보통 '2인 1조'로 현장에 나간다. 운전대와 노트북PC를 번갈아 쥐며 이동하는 거리는 하루 평균 300㎞ 정도.황 매니저는 "답답한 사무실을 떠나 유유자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흔들리는 차 안에서 주변 지형지물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 신경을 곤두세우는 작업"이라며 "한 사람이 운전하는 사이 다른 사람은 도로의 차선 수,단속 카메라,규정 속도,고속 방지턱 등 각종 정보를 일일이 원도에 그려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이 원도로 삼는 것은 국립지리정보원 산하 대한측량협회가 만든 지도다. 단순히 지형과 도로만 나와 있기 때문에 그림으로 말하면 기초 스케치나 다름없다. 최 매니저는 "현장 실사에서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각종 그래픽 처리 등을 통해 지도를 완성하게 된다"며 "이렇게 탄생한 지도는 내비게이션 외 포털 사이트나 버스 · 물류회사의 차량 관제용으로도 이용된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만든 지도는 현재 구글 야후 네이트 엠파스 등 다양한 포털 사이트에서 사용하고 있다.

전자지도 제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가운데 하나가 관심 지점(POI)의 정보 기록이다. 내비게이션 사용자들이 원하는 장소를 찾을 때 입력하는 각종 명칭 등을 현장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세밀하게 적어 넣어야 한다. 전국의 식당 호텔 등 130만 건에 달하는 관심 지점을 주소와 전화번호,경 · 위도 등을 확인해 반영하는 작업이다. 매년 30%가량 업데이트하는 것도 필수다.

이용자들의 항의로 난처한 경우도 많다. 최 매니저는 "새로 생긴 동네 음식점이 지도에서 검색이 안 된다,우리 가게 이름도 지도에 넣어 달라는 등의 요구를 받을 때마다 대부분 실사를 나가지만 100% 반영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최근 이들은 사업본부의 이름이기도 한 'LBS' 시장에 관심이 많다. 내비게이션 업계의 지도 경쟁은 결국 주변 정보를 각종 광고 등과 결합한 위치기반 서비스 싸움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황 매니저는 "훗날에는 가상 공간(전자지도)에 자기 점포의 광고를 넣고,전자지도 내 구역을 개인들이 부동산처럼 매매하는 일도 가능해질 것"이라며 "구글이나 다음과 같은 포털 업체들이 지도 서비스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같은 비즈니스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