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드라마 '자명고' 모하소 역
김성령 "이제 사극이 더 편해요"
KBS 2TV '대왕세종'에서 태종의 후궁 효빈 김씨, MBC '돌아온 일지매'에서 일지매의 양모 단이 역을 연기했던 김성령이 이번에는 낙랑국을 배경으로 물오른 사극 연기를 펼치고 있다.

SBS 월화드라마 '자명고'(극본 정성희, 연출 이명우)에서 낙랑의 왕 최리(홍요섭)의 첫째 부인이자 자명(정려원)의 생모인 모하소로 분한 그는 딸을 버릴 수밖에 없는 어미의 눈물겨운 모성애와 남편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가슴 절절하게 그리고 있다.

"연이은 사극 출연에 사극 배우로 이미지가 굳어질까 불안하기도 했다"는 그는 "모하소 캐릭터에 끌려 출연을 결심했다"며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계속 사극만 하다 보니 새로운 느낌이 들지 않고 육체적으로도 힘들어 사극은 될 수 있으면 피하려고 했는데 장르를 떠나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어요. 굉장히 착한 여인이고 마지막에 감동이 있거든요."

모하소는 낙랑국을 멸망시킬 운명을 타고났다는 음모로 갓 태어난 딸 자명을 죽여야 할 처지가 되지만 차마 숨을 끊지 못하고 강에 흘려보낸다.

"대본을 받고 촬영까지 한 달 이상 남아있었는데 아기를 베개로 눌려 죽이는 장면 때문에 하루도 마음이 편할 날이 없었어요. 오랜만의 휴식기였는데 부담이 돼서 쉴 수가 없었죠."

공교롭게도 촬영 첫날 이 장면을 연기해야 했던 김성령은 실제로 많은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밤을 꼬박 새운 촬영 끝에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너무 울고 소리를 질러서 급성후두염에 걸리고 온몸에 몸살이 났죠. 실제로 아이를 키우는 처지니까 감정이입이 돼서 끔찍했어요. 촬영 후에 다시 영상을 봐도 눈물이 나더라고요."
김성령 "이제 사극이 더 편해요"
김성령은 2007년 개봉된 사극 영화 '궁녀'에도 출연했으며 거슬러 올라가면 드라마 '조광조'와 '왕과 비' 등의 사극에도 출연했다.

지금은 때로는 표독스러운 왕비로, 때로는 어진 어머니로 변신하며 사극을 누비고 있지만 미스코리아 출신인 그가 처음부터 사극에 잘 어울리는 배우는 아니었다.

"처음에는 도시적인 이미지였던 제가 과연 사극에 맞을지 우려가 컸는데 점점 사극에 잘 어울린다는 반응을 얻게 됐어요. 저도 이제 익숙해져서 사극이 편하고 제 외모가 사극에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어 그는 "사극을 그만 하라는 조언도 듣는데 사극에서 빛을 발할 수 있다면 계속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시청자가 너무 지겹다고 하기 전까지는 스스로 정해 놓고 가지는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1988년 미스코리아 진 출신인 김성령은 1991년 영화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로 연기자에 데뷔했으니 어느덧 연기 데뷔 20년을 바라보는 중견 배우다.

"1991년부터 지금까지 연기하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이 있어요. 큰 욕심 없이 지금 하는 일에 뒤처지지 않고 조금씩 발전해 가는 게 목표에요. 미스코리아의 후광으로 연기를 시작했지만 미스코리아 타이틀은 없어진 지 오래라고 생각해요. 이제는 저 자신의 노력에 달렸죠."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doub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