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영역을 놓고 밥그릇 싸움을 하더니 이제는 기념 행사까지 서로 자기 영역이라고 다투는 걸 보니 어이가 없을 뿐입니다. " 22일 방송통신위원회와 지식경제부가 '정보통신의 날' 행사를 따로 치르기로 한 데 대한 정보통신업계 관계자의 반응이다.
이번이 처음 있는 일도 아니다. 벌써 두 번째다. 지난해 정부 조직 개편으로 정보통신부 산하 우정사업본부가 지경부로 넘어갔지만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정보통신의 날'은 방통위 주관으로 조정됐다. 그런데도 지경부는 '정보통신의 날' 행사를 고집하고 있다. 이 행사의 역사적 뿌리가 우정 업무에서 비롯됐다는 이유에서다.

'정보통신의 날'은 '체신의 날'로 1956년 출발했다. 4월22일은 1884년 고종 황제가 우정총국을 개설하라는 칙령을 내린 날이다. 충남 태안면에서 우편 배달을 하다가 눈 속에 파묻혀 순직한 집배원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집배원의 날'도 1973년부터 '체신의 날'로 통합됐다. 그러다가 1995년 체신부가 정보통신부로 이름을 바꾸면서 기념일도 '정보통신의 날'로 바뀌었다.

지경부는 방통위가 '정보통신의 날'을 다시 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성과 인천 간 전신 업무가 개시된 1885년 8월25일이 전기통신 역사의 시발점이므로 이날로 기념일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지경부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정부 조직 개편 때 본의 아니게 생일을 뺏겨 버린 셈이 됐다"며 "우정 업무 발전을 기리고 공로자를 치하하는 기념 행사를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방통위 생각은 다르다. 방통위 관계자는 "'정보통신의 날' 행사 의미가 과거와 달라졌는데 행사의 연원을 따지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정보통신의 날'은 정보통신 산업의 성과를 되짚어 보고 발전에 기여한 공로자에게 포상도 하는 잔칫날이다. 누가 뭐래도 좋은 취지의 행사다. 그렇더라도 똑같은 기념 행사를 두 부처가 따로 치르는 것은 납득하기 쉽지 않다. 볼썽사나울 뿐이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지난달 방통위 출범 1주년 기념식 때 "지경부와 업무 조정 및 협조를 원활히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한 달도 안 돼 기념 행사 조정조차 못한 채 으르렁거리고 있다. 업계에서 차라리 정통부 시절이 좋았다는 푸념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