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자이아파트 단지 내 장기전세주택(전용면적 84㎡형)에 청약했던 직장인 A씨는 당첨자 발표일이었던 지난 13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이날 오전 SH공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당첨자 조회를 했던 A씨는 자신의 이름 옆에 붙은'예비-3'이란 표시를 확인했다. 무슨 뜻인지 궁금해진 A씨는 SH공사에 전화를 걸었다. 담당 안내원은 "계약을 포기한 사람이 있을 경우 세 번째 우선 순위로 추가 계약 기회가 주어진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일단 청약에서 떨어졌지만 모두 100가구 모집에 예비 3순위 정도라면 기대해 볼 만하다 싶었지만 같은 날 오후에 다시 조회했다가 깜짝 놀랐다.

3순위로 돼 있던 예비 순위가 어느 새 23위로 바뀐 것.어이없어진 A씨는 SH공사에 다시 확인 전화를 걸었다. 담당자는 "전산 오류가 있었다"며 어쩔 수 없다고 해명했다. 이에 A씨는 "지난달 10일 청약 이후 한 달이 넘도록 당첨자를 선정했는데 이런 터무니없는 오류가 생겼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청약 가점대별 인원 등 관련 자료를 보여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담당자는 자료를 줄 수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이후 일주일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다.

총 25점 만점에 18점을 받아 커트 라인에 걸쳐 있었던 A씨로서는 공사 측의 이 같은 반응에 모종의 변칙 행위가 있는 게 아니겠느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일부 청약자들이 부양 가족을 허위로 등록하는 등의 방법을 쓸 경우 합법적으로 가점을 조작할 여지가 많다는 점도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반포자이 시프트는 주거 · 교육 여건이 좋은 강남 한복판에서 전셋값 3억원(84㎡형 기준)만 내면 20년간 내 집처럼 살 수 있다는 장점으로 청약 경쟁률이 무려 27 대 1에 달했다.

이처럼 전세 수요자들이 대거 몰려들면서 행정적으로 과부하가 걸렸던 데다 이번 공급은 재건축 단지에 청약가점제를 도입한 첫 사례였던 만큼 일부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음을 사실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다.

다만 이 같은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SH공사 측은 전반적인 시스템을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한다. 특히 청약 가점을 조작하는 등의 변칙 행위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