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30개 안팎씩 점포를 늘려왔던 대형마트들이 올 들어 신규 출점 속도가 뚝 떨어졌다.

상반기 개점이 확정된 점포는 단 3개뿐이다. 대형마트들은 연말까지 작년(33개)의 절반인 15~16개 점포를 새로 내겠다는 목표이지만 그대로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이에 따라 외환위기 이후 고속성장을 질주해온 대형마트들이 이미 포화상태로 하강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반면 최근 각광받는 슈퍼마켓 등 중소형 점포는 대대적으로 출점 경쟁을 벌이고 있어 대조적이다.

◆상반기 대형마트 출점 3개뿐

올 상반기 대형마트의 신규 점포는 21일 문을 여는 이마트 목동점과 홈플러스 송탄점(6월),롯데마트 평택점(6월) 등 단 3곳.

지난달 개점한 이마트 이문점은 매장 면적이 1735㎡인 대형 슈퍼마켓(SSM) 수준이어서 3000㎡ 이상을 기준으로 삼는 대형마트로 보기 어렵다. 올 연말까지 출점 목표는 이마트 7~8개,홈플러스 4~5개,롯데마트 4개에 그치고 있다.

특히 2007년 13개,지난해 14개 등 출점 경쟁을 주도했던 홈플러스가 발을 뺀 인상이다. 지난해 홈에버 인수와 공격적인 출점으로 점포수(111개)에서 이마트(121개)를 턱밑까지 추격하며 내년에는 점포수 140개로 이마트를 제치겠다던 기세와는 딴판이다. 연초 10개 출점을 계획했다가 4~5개로 낮춰 잡아 이대로라면 이마트와의 격차가 더 벌어지게 된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인허가 지연 등이 겹쳐 숨고르기에 들어갔다"며 "올해는 지난해 인수한 홈에버 점포들의 내실 다지기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지역 상인 반발,부지 확보 애로

신규 출점이 부진한 것은 전국 대형마트 점포가 400개에 육박해 더 이상 대형 점포를 낼 만한 부지와 상권을 찾기 어렵다는 데 있다. 또 이미 확보한 부지도 지역 상인들의 거센 반발과 인허가 지연으로 공사가 연기되기 일쑤다.

이마트의 경우 경북 구미2호점이 지역 상인들의 반대에 밀려 착공하지 못하고 있고,롯데마트는 전북 정읍점이 건축심의까지 통과했으나 정읍시가 재래시장 보호를 명분으로 허가를 안 내줘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홈플러스도 인허가 문제로 양산 포항 등 영남 2~3개 점포의 개점시기를 내년 이후로 미뤘다.

불황에 따른 매출 부진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 1분기 대형마트 3사의 매출(기존점 기준)은 전년 동기보다 1.9% 감소했다. 새로 점포를 열더라도 대부분 기존 점포들과 상권이 겹쳐 고객쟁탈전을 벌여야 한다. 이마트 목동점은 홈플러스,롯데마트 등 경쟁사뿐 아니라 이마트 신도림역점과도 상권이 일부 중복된다.

◆슈퍼마켓 출점 경쟁은 치열

유통업체들은 대형마트 출점이 갈수록 어려워지자 동네 상권을 겨냥한 '중소형 마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2007년 62개,작년 88개에 이어 올 들어 3개월여 동안 38개를 새로 열었다. 현재 364개인 중소형 마트는 연말까지 500개에 육박할 전망이다.

홈플러스는 편의점형 슈퍼마켓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올해 100개(25개는 이미 개점) 연다는 목표다. 롯데슈퍼가 30개,GS수퍼마켓이 20개 점포를 각각 계획하고 있다. 이마트도 7월부터 330㎡짜리 '이마트 에브리데이' 3곳을 개점하는 등 '소형 이마트' 사업을 본격화한다.

3000㎡ 이상 대형마트는 지자체의 인허가,교통영향 평가 등 개점 절차가 까다롭지만 중소형 마트는 신고만으로 열 수 있고,점포 확보도 용이하다. 더욱이 홈플러스,GS,롯데 등 대기업 3사의 점유율이 20% 수준이어서 향후 성장 가능성도 높게 보고 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