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의 여파로 환율이 급등하고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자원 에너지 등의 실물자산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이 상황에서 환율급변과 인플레이션에 동시 대비할 수 있는 금(Gold)에 대한 관심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온스당 1000달러를 돌파했던 국제 금시세는 최근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급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시되는 등 금에 대한 관심은 더 높아지는 모양새다.

하지만 국내에서 금 현물시장은 아직도 전근대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무자료거래가 많고 수수료를 현물로 지급하는 등 비정상적인 거래와 거래과정에서의 탈세도 여전히 많이 발견된다. 심지어 최근에는 일반 가정 등에서 보관되던 고금(古金) 등의 무자료 금을 수집한 후 정상적인 금으로 위장해 수출하면서 소득세 및 부가세를 탈루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고 있다. 불법거래는 세원 손실은 물론 정부가 노력을 기울이는 고금거래 양성화 등 금시장 정상화에 심각한 퇴보를 초래하는 것이다.

국내 금시장이 불법거래의 온상이 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세금과 관련된 부분을 빼놓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중 유일하게 금지금(金地金)에 대해 3%의 수입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부가세도 10% 징수하고 있다. 금에 대한 부가세는 일본만 5%를 부과할 뿐 다른 국가에는 유사 사례가 없다. 게다가 금을 주재료로 하는 귀금속류에 대해서도 대부분의 선진국이 과세를 하지 않는 데 비해 우리는 26%의 개별소비세 및 교육세를 추가로 부과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한 해 시장규모가 3조원 내지 7조원에 이른다는 보석 및 귀금속류에 대해 개별소비세 납부실적이 2006년도 기준 70억원에 그친 통계를 보면 세금이 과도한 부문에서 과세회피 노력이 엄청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귀금속 및 보석산업은 중소기업형 노동집약산업으로 고용과 부가가치를 동시에 제고할 수 있다. 그러나 가공기법을 개발하고 고유의 디자인을 고안해도 불법 탈세거래를 통한 저가제품의 공세를 이겨내지 못하는 것이 우리나라 귀금속업계의 현실이다. 명분위주의 과도한 세제가 귀금속 및 보석 산업을 발전시키지 못한 채 정체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제 당국은 금과 관련한 세제에 대한 전면적이고 획기적인 개편안을 내놓아야 한다. 특히 우리의 주요 금수입처인 EU와의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는 시점에서 금지금 수입에 대한 관세의 조속한 폐지는 당연한 수순이라고 판단된다. 또 귀금속산업이 세금 회피를 통한 '저가경쟁의 장'이 아니라 정상적인 디자인 개발 및 가공능력의 개발을 통한 '품질경쟁의 장'으로 바뀔 수 있도록 부가세 제도를 보완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금 선물시장의 활성화도 필요하다. 선물시장에서 관련 상품의 가격변동에 따른 위험을 사전에 제거할 수 있으며 미래가격발견 기능을 통해 가격 안정화를 도모할 수 있다. 실제로 이웃인 일본 중국이나 인도 등에서는 금 선물시장이 활성화되면서 현물시장의 활성화를 견인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세제 개선을 통해 투명하고 정상적인 금 현물시장이 조성되면 이는 선물시장의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면서 금시장 전체가 고루 발전하는 계기가 만들어질 것이다.

오는 23일은 금 선물시장 개장 10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를 계기로 선물시장 활성화를 위한 당국의 개선노력과 함께 계약단위 축소나 결제방식 변경 등의 시장친화적이고 접근 편의성을 제고하는 방안을 도입해야 할 때다. 또 국민의 선호상품인 동시에 주요 산업재로서 중요성이 더해가는 국내 금 관련산업에 대한 당국의 심층적인 연구와 조속하고 과감한 개혁조치도 함께 기대해 본다.

/바른금융재정포럼 이사장 · 선물학회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