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메다는 정말 살기 좋을 거야.개념이란 개념은 죄다 그리로 이송됐으니." '개념을 안드로메다로 보낸 인간'(개념 없는 사람)이란 말이 유행하면서 생겨난 우스갯소리다. 안드로메다는 지구에서 200만 광년 떨어진 곳에 있는 은하계.아득히 먼 곳의 상징이다.

'개념'의 사전적 풀이는 '여러 관념 속에서 공통적 요소를 뽑아 종합해 얻은 하나의 보편적 관념' 혹은 '어떤 사물에 대한 대강의 뜻이나 내용'이다. 하지만 개념이 있다 없다 할 때의 개념은 상식과 보편적 가치관에 따른 최소한의 예의와 도리를 의미한다.

그러니까 '개념이 있다'는 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 생활의 기초 덕목을 알 뿐만 아니라 지키고 실천하는 것을 말한다. 반대로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지녀야 할 기본적인 윤리와 도덕,행동 규범을 무시하고 제 멋대로 굴 때,그러고도 미안한 마음이나 죄책감 없이 뻔뻔할 때 '개념을 상실했다'고 본다.

시쳇말로 '개념 미탑재'의 예는 수없이 많다. 공중목욕탕에서 물장구 치기,식당에서 뛰는 아이 그냥 두기,아파트에서 때 없이 피아노 치기,차창 밖으로 담배꽁초 버리기같은 것부터 뇌물이나 부적절한 접대 받기,익명을 무기로 인터넷에 뜬소문 퍼뜨리기,악성 댓글 달기까지.

전직 대통령 가족과 측근의 뇌물 비리가 온국민을 화나고 서글프게 만든 가운데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설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15명이 무단 결근한 채 해외 여행과 평일 골프를 즐기고,전(前) 원장은 자신의 연봉을 자기 마음대로 높이 책정했다 감사원 감사에 적발됐다고 한다.

대통령과 그 가족,고위 공무원 등 높은 직함의 소유자,교수 등 사회 지도자로 여겨지는 이들에 대한 인정과 예우는 결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보통사람들보다 훨씬 촘촘한 잣대의 개념이 적용되는 만큼 항상 스스로 조심하고 절제해야 하는데 대한 대가인 것이다.

배우고 대우받는 사람들이 개념 없이 군다는 건 공부 잘해서 좋은 자리 차지하면 남보다 잘 먹고 잘 사는 줄만 알았지 그 자리에서 지켜야 할 개념은 익히지 못했다는 얘기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대한 인식 없이 그저 남보다 뛰어나면 된다는 식으로 배우고 자란 '엄친아'만 양산되는 사회엔 미래가 없다. 아무래도 초 · 중 · 고 교과목에 '개념' 과목을 신설해야 할 모양이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