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 형사법정 302호실.지난 3월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은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에 대한 항소심 첫 재판이 열리고 있었다. 1심 판결에도 불구하고 항소를 해 여전히 교육감 직무를 수행 중인 공 교육감은 수척한 모습으로 피고석에 앉아 있었다.

눈길을 끈 것은 방청석을 가득 메운 서울시교육청 직원들.분명 업무 시간인데도 40명 가까운 서울시교육청 직원들이 나와 법정을 지키고 있었다. 그들은 서거나 앉아서 재판부의 말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바쁘게 메모했다. 직원들의 재판 참석과 그들의 보이지 않는 응원은 분명 공 교육감에게 위안과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재판 시작 직전에는 과잉 충성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만한 모습이 연출됐다. 재판정 복도에서 대기 중이던 공 교육감이 화장실을 가기 위해 일어서자 10여 명이 화장실까지 그를 호위했다.

사실 1심 재판 때도 서울시 교육청 직원들의 공 교육감 보호는 유난스러웠다. 선고공판이 끝난 뒤 취재진이 공 교육감을 따라붙자 교육청 직원들은 육탄전을 벌여 그를 취재진으로부터 떼어놓았다. 기자들은 "웬만한 사설경호원보다 낫다"며 혀를 내둘렀다.

공 교육감은 지난해 교육감 선거 때 사교육업체로부터 1억900여만원을 무이자로 빌린 혐의와 차명예금 4억원을 재산신고에서 빠뜨린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상태다. 교육감이 법정에 불려다니다보니 서울시교육청이 추진하는 교육 정책들은 추진력을 잃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럼에도 교육청 직원들이 충성을 다하는 것은 그가 교육감 자리를 당분간 유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의 임기는 2010년 6월 말까지로 아직 1년2개월 남아 있다. 지난해 선거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조병인 경북도교육감과 오제직 충남도교육감이 사표를 낸 것과는 달리 그는 3심까지 갈 태세다. 재판이 늦어진다면 임기를 거의 채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무리 사정이 그렇다고 해도 공무원들이 업무를 제쳐두고 법정에 몰려나온 것은 썩 좋아보이지 않는다. 현직 수장이니 '나 몰라라' 할 수는 없겠지만 자칫 과잉 충성경쟁으로 비쳐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