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이 이번 주부터 신규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 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국민은행은 17일 신규 가계대출의 경우 별도의 통보가 있을 때까지 본부 승인을 받으라는 지침이 지역영업본부에서 각 지점으로 내려갔다고 밝혔다. 지점 단위에서 이뤄지던 대출 결정이 본부 승인으로 넘어감에 따라 앞으로 국민은행에 대출을 신청하는 고객은 사실상 대출을 받기 어려워지게 됐다는 게 금융권의 설명이다.

이 같은 조치는 정부가 은행과 외화채무 지급보증 양해각서(MOU)를 맺으면서 중소기업 대출 증가를 유도하기 위해 원화 대출 증가액의 45%를 중소기업에 할당한 데서 유발됐다. 전체 대출이 늘어나는 것에 비례해 연체 위험이 큰 중소기업 대출도 늘려야 하는 것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1~2월 부동산 시장 회복으로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하면서 거기에 맞춰 중소기업 대출을 확대해야 하는 등 부담이 커지자 가계 대출 억제라는 고육책을 들고 나온 것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는 사람이 국민은행으로 집중되는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선제적인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수도권 A지역본부의 경우 각 영업점에 보낸 '긴급 공지'에서 가계대출 목표 초과 점포에서 가계대출을 취급할 때는 영업점장이 이유를 직접 보고토록 했다. 중소기업 대출은 2분기 목표 초과 점포에선 신규 취급을 하지 말도록 지시했다.

또 다른 수도권의 B영업본부는 국가유공자 공무원 군인 등을 제외한 모든 가계대출에 대해 승인을 받도록 했으며 대출 모집인을 통한 주택담보대출은 원칙적으로 승인하지 않겠다고 공지했다. 중소기업 대출은 신용보증기금 등의 보증을 받아와도 선별적으로 승인하기로 했다.

국민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지난 1월 7378억원,2월엔 7932억원 늘었다. 대출 억제 조치가 취해지면서 이달 들어 16일까지 증가액은 2601억원으로 꺾였다. 국민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이 은행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35% 정도를 차지해 이번 대출 억제 조치가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시중은행들은 올해 들어 국민은행만큼 주택담보대출을 늘리지 않아 중소기업 대출을 확대해야 하는 부담 역시 크지 않다. 그러나 중소기업 대출 확대가 어려울 경우 가계 대출을 조여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고 은행 관계자들은 전했다.

김현석/강동균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