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노조가 총파업을 강행하겠다며 경기도 평택공장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한 15일.공장 앞에는 '쌍용차가 살아야 우리 아들 대학 간다','쌍용차 무너지면 국가경제 파탄난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즐비했다. 시민들이 내건 현수막이다.

공장 안 기자회견장 분위기는 사뭇 살벌했다. 삭발을 한 노조간부 10여명이 빨간 띠를 머리에 동여맨 채 "대량 정리해고,투쟁으로 분쇄하자"는 구호를 외쳐댔다. 이들은 "회사 측이 구조조정안을 철회하지 않으면 총파업을 강행하겠다"고 선언했다. "대주주인 상하이 자동차와 경영진의 잘못을 왜 근로자들이 뒤집어 써야 하느냐"는 게 이들의 주장이었다.

노조로서는 억울할 수 있다. 그렇지만 상황은 파업을 벌일 만큼 한가하지 못하다. 쌍용차는 작년에 7097억원의 손실을 냈다. 감사보고서를 작성한 안진회계법인은 '존속불가' 판정을 내렸다. 이런 상황에서 회생이냐 청산이냐를 결정할 채권단 회의(5월22일)가 코앞에 다가와 있다.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실시해 회생할 수 있음을 보여줘야 하는 절박한 순간이다.

그런데도 노조가 파업을 벌이겠다니 '쌍용차가 살아야 아들을 대학 보낼 수 있는' 시민들로선 기가 찰 노릇이다. 협력업체들은 말할 것도 없다. "2600명 해고한다고 파업하면 협력업체 직원 19만명은 어쩌란 말이냐"고 협력업체 관계자는 하소연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상당수 협력업체 직원들이 퇴직 위로금도 받지 못한 채 회사를 떠났다"며 "본사 노조원들만 무풍지대에 남겠다는 게 도대체 무슨 심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쌍용차 노조는 과거에도 중요할 때 회사 발목을 잡은 적이 있다. 2003년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인 렉스턴을 처음 출시할 때도 그랬다. "노조가 파업을 벌이는 바람에 신차 효과를 누리지 못해 막대한 피해를 봤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회사와 협력업체,시민들은 이런 악몽이 되살아날 수밖에 없다. 회사 운명을 결정할 채권단회의를 앞두고 파업을 벌이면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공장을 빠져나와 만난 한 협력업체 대표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파업을 하겠다니요? 한마디로 시민과 회사가 같이 죽자는 얘기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