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 패션시계가 '불황의 무풍지대'로 각광받고 있다. 20대부터 40~50대 남성들의 '시계 열풍'이 거세지면서 백화점에서 부진한 남성정장 대신 시계가 최고 인기 아이템으로 떠오른 것.

15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의 올 1분기(1~3월) 명품 시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8%,중저가 시계는 32% 각각 늘었다. 에비뉴엘(명품관) 2층에 있는 하이엔드 시계 전문편집숍 '크로노다임'은 29%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고,'이퀘이션두땅'도 58%나 급증했다. 중가 시계인 스와치 편집숍은 전년보다 134%,구찌 · 게스도 130% 각각 매출이 급신장했다.

현대백화점에선 브레게 · 롤렉스 · 바쉐론콘스탄틴 등 수천만~수억원대 위버럭셔리(초특급명품) 시계가 전년 대비 38%,에르메스 · 구찌 등 패션시계는 31%,론진 · 라도 · 브라이틀링 · 태크호이어 등 중고가 전통시계는 35% 각각 신장했다.

그렇다면 가장 인기있는 시계는 무엇일까. 롯데백화점이 1분기 본점과 에비뉴엘의 시계 판매 실적을 집계한 결과 고가 시계에선 롤렉스의 '오이스터 퍼페추얼 데이트저스트'가 1위를 차지했다. 여대경 롯데백화점 MD는 "롤렉스는 럭셔리 시계의 대명사로 인지도가 높을 뿐 아니라 기능과 디자인 대비 가격도 괜찮은 편이어서 '엔트리 고객'(명품시계를 처음 사는 고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까르띠에 '발롱 블루',불가리 '불가리 콤보',오데마피게 '로열오크',바쉐론콘스탄틴 '패트리모니 컨템퍼러리' 등의 순이었다. 보석 브랜드에서 나온 까르띠에와 불가리는 여성용 '예물시계'로 인기가 높다. 오데마피게는 남성들에게 독보적인 '럭셔리 스포츠시계'로 인식돼 시계 마니아들이 '세컨드 시계'로 많이 구입해 간다.

한편 중가 패션시계를 판매하는 시계편집숍 '갤러리어클락'에선 D&G가 석 달간 1080개 팔렸고,이어 CK(958개) 아르마니(854개) 티소(650개) 게스(550개)의 순이었다. 티소를 제외한 4개 브랜드가 모두 패션브랜드로 인지도를 높여 남성의 유일한 멋내기용 아이템으로 인기를 끈 것으로 분석됐다.

정중용 현대백화점 시계바이어는 "30만~50만원대 시계를 3~4개씩 보유한 고객들도 많다"며 "요즘 남성들에게 시계는 단순히 시간을 재는 기계를 넘어서 패션을 완성하는 대표 아이템으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