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비가 판매관리비에 포함된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15일 한 제약회사 임원이 전화를 걸어 왔다. 최근 게재된 '2008년 의약품산업 분석보고서' 관련 기사를 읽고 나서였다.

사연은 이랬다. 보건산업진흥원은 이 보고서에서 국내 120개 제약업체가 2007년 판매관리비로 4조1739억원을 썼다고 집계했다. 전체 매출액의 39.1%에 달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로 인해 '제약사들이 구태의연한 영업 판촉에 막대한 돈을 뿌리고 있다'는 비난 여론이 쏟아진 것이다. 하지만 이 임원은 판매관리비 가운데 얼마 되지 않는 영업 판촉비 비중을 구별하지 못한 여론의 뭇매보다 '판관비의 항목 구성'이 더 불만인 듯했다. 판매관리비는 기업 회계 기준상 상품(제품) 및 용역을 판매하거나 기업의 전반적인 관리 유지를 위한 필수 비용.

문제는 회계 원칙상 여기에 생산적 개념이 강한 연구개발(R&D) 비용이 포함된다는 점이다. 이 비중이 높을수록 비생산적이란 인상이 짙은 판관비가 덩달아 늘어나는 등 이미지 왜곡 현상이 벌어지기 쉽다. 실제 판관비 비중 6위에 오른 LG생명과학(매출액 대비 44.05%)의 경우 R&D 비중 21.6%를 빼면 22.45%로 일반 제조업(15~20%)과 큰 차이가 없다. LG생명과학은 국내 제약사 중 R&D 비중이 가장 높다. 1위에 오른 한미약품도 R&D 비중 10.10%를 제외하면 제약사 평균인 39.14%에 그친다. 이러다 보니 R&D 비용을 매년 획기적으로 늘리고 있는 '연구개발형' 상위 제약사들이 제조업 평균(3%)의 2~7배 이상 높은 연구개발비를 지출하고도 '영업 의존형' 기업으로 비쳐지는 셈이다.

물론 제약업계의 판관비 비중이 일반 제조업보다 높은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대인 접촉 중심인 영업 특성상 방대한 영업인력을 유지해야 하는 데다 일반 약품 홍보 수단인 광고와 까다로운 제품 관리에도 적지 않은 돈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리베이트 제공 관행이 숙제로 남아 있는 만큼 노력 여하에 따라 판관비를 스스로 낮출 여지도 없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R&D 비용을 많이 쓴 제약회사를 리베이트 의존형 업체로 몰아세우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평가다. 바이오 강국이 되려면 신약 개발을 위한 R&D 투자 확대가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