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기업의 공통 특징 가운데 하나는 의사결정이 빠르고 정확하다는 것이다. 명쾌한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려는 기업들의 노력이 끝없이 지속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에서 의사결정 과정은 조직 구성원들의 불만을 사기 일쑤다. 한편에선 경영진의 독단적 결정을 비난하고,다른 쪽에선 책임지지 않기 위해 결정을 미룬다고 힐난한다.

맥킨지,딜로이트,액센츄어 등 글로벌 컨설팅회사들이 내놓고 있는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위한 제언들은 대체로 불필요한 군더더기 검토를 없애고 결정구조를 단순화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느린 의사결정이 정체를 부른다

제약사 체다우드는 과거 10년간 빠르게 성장해 왔다. 25명의 직원으로 시작한 회사는 모든 직원이 한몸이 돼 개발한 두통약이 인기를 끌면서 매출이 급증했다. 창업 당시 직원들은 밤샘 회의도 마다하지 않았고,사장이 새 시장을 뚫자며 영업전략을 짤 땐 앞다퉈 아이디어를 내놨다. 덕분에 체다우드는 3000여명의 직원을 거느린 중견 제약사로 올라섰다.

그러나 체다우드 경영진은 지금 새로운 고민을 안고 있다. 제약회사는 신제품 개발이 생명인데 어떤 제품을 개발해야 하는지 결정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약품 하나를 개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14년에 달한다. 여기에다 정부로부터 신약 승인을 받는 데 들어가는 돈도 10억달러나 된다. 이 회사 경영진으로선 어떤 약을 개발해야 할지 결정을 머뭇거리는 사이,하루 100만~500만달러에 달하는 기회비용이 날아간다는 사실에 밤잠을 설치고 있지만 어떻게 하면 의사결정을 빨리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얻지는 못했다.
[CEO & 매니지먼트] 효율적인 의사결정‥'회의 위한 회의'가 회사 망친다…참여 인원 줄여라
◆회의의 늪에서 벗어나라

성공한 수많은 CEO(최고경영자)들의 경험담을 들춰보면 그 속엔 '빠른 의사결정 과정'이 있다. 시장에 물건이 부족해지는 타이밍을 노려 생산시설 투자를 전격 결정해 큰 성공을 거둔 사례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위기상황일수록 냉정한 판단과 의사결정이 필요하고,이는 미래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게 많은 CEO들이 숙지하고 있는 성공의 비밀이다.

하지만 실제 경영현장에서 이 같은 빠른 의사판단이 이뤄지는지는 의문이다. 컨설팅회사들의 분석에 따르면 임직원들의 3분의 1은 늘 회의에 매달려 있어야 한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무수히 많은 회의에서 정작 필요한 결정이 이뤄지는 경우는 드물다. 업무에서 회의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회의 결과가 실제 업무에 적용되는 경우는 절반이 채 되지 않았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체다우드의 사례에선 단순한 예산책정을 위한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 5개월 동안 회의만 하며 허비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회의를 위한 회의'를 한 셈이었다.

◆빠른 의사결정을 위한 3단계

의사결정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무엇일까. 글로벌 컨설팅회사들은 △의사결정 과정의 간소화 △불필요한 위원회 제거 △리더십 훈련 등 세 가지가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의사결정이 느린 회사의 임직원들은 어떤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해야 할지를 판단하는 데만 전체 판단시간의 60%를 할애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핵심 의사결정자를 명확히 해야 한다. 예컨대 가격 책정을 위해 마케팅팀을 비롯 영업팀,개발팀까지 개별적으로 적정가격대를 찾기보다는 가격 책정에 필요한 중간관리자가 누구인지 명확히 하고 이들을 중심으로 의사결정을 이어가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사람의 숫자를 줄이고,하위에서 상위로 이어지는 의사결정 단계를 간단히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중요한 일은 불필요한 위원회를 없애는 일이다. 투자위원회,경영위원회 등 수많은 회의 구조를 하나로 통합하거나 폐지하는 등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고참 경영자나 임원들이 기존에 세워놓은 다양한 '위원회'는 회사의 경영원칙에 맞도록 의사결정을 검토하는 데 역할이 집중돼 있다. 이를 과감히 구조조정하면 경영판단도 빨라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간소한 의사결정 구조를 회사 문화로 정착시키는 일이다. 이 단계에서는 빠른 의사결정을 위한 리더십 훈련은 물론 의사결정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부서 간 분쟁이나 의견조율을 할 수 있는 리더십 교육이 필요하다. 훈련을 통해 쌓은 리더십 등은 인사평가에 반영해 회사문화가 바뀔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체다우드에 필요한 얘기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