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에 변화의 물결이 거세다. 민주노총 탈퇴 여부를 두고 지난 주말 조합원 총투표를 실시했던 인천지하철노조와 인천국제공항공사노조는 압도적 찬성으로 탈퇴키로 결정했다. 서울도시철도공사 또한 대의원대회를 통해 정치투쟁에 치중해온 민노총 탈퇴를 의결했다.

민노총의 전위부대였던 공공노조의 연쇄 이탈은 민노총은 물론 노동계 전반에 큰 파급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 우선 한국노총과 민노총으로 양분된 노동계의 판도 재편(再編)을 부추길 수밖에 없다. 민노총의 경우 올 들어서만도 NCC 영진약품 등 10여곳이 이탈하는 등 세력이 급격히 퇴조하는 양상이 뚜렷하다. 반면 한국노총은 이들중 일부를 새로 산하조직으로 끌어들이거나 끌어들일 예정으로 있는 등 나날이 힘을 확대해가는 모습이다. 머지않아 세력균형의 추가 한노총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제3의 노동단체가 출현할지 여부도 관심사다. 민노총을 탈퇴한 인천지하철노조를 비롯한 전국 6개 지하철노조가 전지노련(전국지하철노조연맹)을 출범시키기로 한 데 이어 철강 조선 등 다른 업종 노조들도 업종별 연맹 설립을 검토중이라고 한다. 아직은 산별노조를 추구하는 단계이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제3의 노동단체로 발전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노동부가 최근 "노조의 연합단체 가입 · 탈퇴는 노조원 과반수 출석과 과반수 찬성만으로 가능하다"는 해석을 내놓아 상급단체 탈퇴가 용이해지면서 그런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이런 변화의 와중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화두로 등장한 것은 바로 실용주의다. 민노총 노선에 신물을 내고 탈퇴한 노조들이 한결같이 실용주의를 추구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점에서도 선명히 드러나듯 일선 노조원들의 바람은 정치투쟁이 아니라 바로 근로조건 개선임이 너무도 분명하기 때문이다. 국민들 또한 노동계의 정치투쟁엔 진저리를 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임성규 민노총 위원장이 어제 이영희 노동부장관을 만나 현안을 논의한 것도 이런 점들을 의식한 때문일 것이다. 정치투쟁은 정치권에 맡겨야 할 몫이다. 노동계 지도부는 더이상 이념싸움에 몰두할 게 아니라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정신에 충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