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을 통해 가난한 사람이나 부자 모두가 편안함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21세기에는 예술을 모르는 기업은 '좋은 기업'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좋은 기업을 만드는 것은 결국 미술,더 나아가 예술을 즐길 줄 아는 창의적인 경영입니다. "

한국화랑협회(회장 표미선) 초청으로 방한한 일본 최대 출판 · 교육그룹 베네세의 후쿠다케 소이치로 회장(63)은 13일 기자와 만나 "기업의 미래 성장 동력은 아마 예술에서 찾아야 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소이치로 회장은 경제전문지 포천이 지난해 선정한 '일본 20대 부호'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재계 거물.미술품 컬렉터로도 유명하다. 그는 가가와현 해안에 자리잡은 둘레 16㎞의 작은 섬 '나오시마'를 20여년간의 작업 끝에 대형 미술관으로 탈바꿈시켜 주목받았다. 1987년 10억엔을 주고 나오시마 섬의 절반을 사들인 그는 일본의 유명 건축가 안도 다다오에게 미술관 설계를 맡기는 등 '나오시마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가동시켰다. 1990년엔 '인간 중심의 기업'이라는 경영철학을 걸고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회사 '후쿠다케'도 이름을 '베네세'로 바꿨다.

그는 대도시에나 어울릴 것 같은 미술관을 왜 외딴 섬에다 만들었을까. 1980년대 말 일본 사회는 본격적인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었다. 국가로서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만 했고,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도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처음엔 많은 사람이들이 '나오시마 프로젝트'에 반신반의했어요. 쓸데없는 곳에 돈을 써서 그룹이 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구요. 하지만 1992년에 미술관과 호텔이 조화를 이룬 이색적인 건축물 베네세하우스,2004년에 건물을 땅속에 묻은 지중미술관이 모습을 드러내자 모두들 감탄하더군요. "

나오시마 섬(예술촌)을 찾는 관광객은 하루 33만명에 이른다. 관람,식사,숙박 등을 편안하게 해결할 수있는데다 앤디 워홀을 비롯해 데이비드 호크니,프랭크 스텔라 등 현대미술 거장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오는 7월 중에는 국내 인기 추상화가 이우환 전용 미술관을 개관할 예정이다.

"경영이란 돈을 아끼고 버는 것만이 전부가 아닙니다. 적어도 저와 임직원들이 이 섬에서 미술을 마음껏 향유하는 가운데 예술적인 삶을 누릴 수 있는 기쁨을 찾는다면 (당장 큰 이익이 나지 않아도) 충분합니다. "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