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는 위기에 찾아옵니다. 지난해 금융시장이 혼란에 휩싸였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식시장에서 발을 뺐지만 일부는 오히려 돈을 넣어 최근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

허창인 SC제일은행 영업부 PB팀장은 "일반인들이 투자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확신 지수가 100이라면 투자 고수들은 80정도의 확신만으로도 과감하게 결정을 내린다"며 "다른 사람들이 몸을 사릴 때 신속하게 움직여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기 여파로 지난해 10월 코스피지수 1000선이 무너졌을 때 허 팀장은 "지금 주식시장에 들어가야 돈을 벌 수 있다"며 고객들을 설득했다. 14명의 고객들에게 전화를 돌렸는데 그 중 2명만이 허 팀장의 말을 따랐다. 모험을 택한 두 고객은 최근 주가가 오르며 30%대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허 팀장은 "흐름에 휩싸이지 않고 줏대 있게 행동할 수 있어야 돈을 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02년 '바이코리아' 열풍이 끝나가던 무렵 펀드에 4억원을 투자했다가 1년 만에 60% 손해를 본 고객도 있었다"며 "이 고객은 자신만의 철학을 갖고 2007년까지 기다렸고 환매할 때 펀드 가격은 7억5000만원으로 뛰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허 팀장은 최근의 상승장이 반짝 흐름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그는 "경제 상황이 좋아졌다기보다는 저금리 기조로 갈 곳을 잃은 돈들이 유입되며 시작된 '유동성 랠리'의 성격이 짙다"며 "주가가 1450선 정도까지 올라간 뒤 3분기부터 다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허 팀장은 "내년 상반기쯤 돼야 주가가 다시 정상 궤도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앞으로 주목받을 종목은 정보기술(IT)주와 금융주가 될 것 같다"며 "반면 바이오주나 녹색성장주는 최근 언론에서 많이 언급돼 지나치게 오른 감이 있기 때문에 따라가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고 말했다.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심하기 때문에 펀드 환매도 시기를 잘 조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허 팀장은 "국내펀드 보유자 중 올해 안에 돈이 필요한 사람은 지금이 적절한 시기일 수 있다"며 "브릭스 펀드 등 개발도상국에 투자하는 펀드를 가진 사람들은 조금 더 기다려 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펀드 포트폴리오를 새롭게 구성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허 팀장은 "한때 유행했던 섹터펀드(특정 업종에만 투자하는 펀드)들 중 최근 운영자산이 쪼그라들고 관리도 안되는 것들이 많다"며 "자신이 보유한 펀드 중에 이러한 것들은 없는지 체크해 봐야 하며 브릭스 펀드 등 앞으로의 수익률이 기대되는 것들로 갈아타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동산 투자에는 보다 신중을 기할 것을 주문했다. 허 팀장은 "30억원대 이상 자산가가 임대료를 받기 위해 투자하는 것은 괜찮지만 10억원 미만의 돈을 가진 사람들이 매매를 통한 수익을 올리기 위해 부동산에 '올인'하는 것은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1963년생들을 통상 베이비붐 세대의 마지막이라고 칭하는데 이들의 은퇴가 시작되는 2013년께부터 부동산 거품이 꺼지기 시작할 것"이라며 "현재 30대 초중반 세대들이 이들의 대체 수요자가 되기에는 인구 수도 적고 큰 집에 대한 수요도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는 시기에 대해서는 "주식보다 늦게 시장이 살아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년 상반기가 저점이 될 것이고 이후 어느 정도 회복될 것이지만 큰 폭으로 오르는 것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채권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정작 여기에 투자하는 부자 고객들은 많지 않다고 전했다. 허 팀장은 "채권 만기가 2,3년가량 되는데 여기에 투자했다 나중에 경기가 살아날 때 정작 원하는 곳에 투자를 못하게 될까봐 망설이는 것 같다"며 "개인적으로도 채권 투자보다는 타이밍을 보다가 주식 쪽에 투자하라고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채권 투자를 하더라도 만기가 긴 것은 지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허 팀장은 "자산의 일정 부문은 항상 안전자산으로 갖고 있는 것이 투자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숫자 100에서 자기 나이만큼 뺀 만큼을 위험자산에 투자하라고 하는데 어느 정도 일리있는 얘기"라며 "안전자산에 비축된 '실탄'이 없다면 정작 기회가 와도 투자를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가 나쁘더라도 투자에 대해 무관심해지거나 손을 놓아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 허 팀장은 "누구도 경기 회복 시기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조금씩이라도 돈을 넣어놔야 관심을 갖게 되며,시장이 살아났을 때 이를 눈치챌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