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2.4%로 떨어질 것이라는 수정전망치를 어제 내놨다. 지난해 12월 전망치 2.0% 성장에 비하면 대폭 하향조정된 것으로 그나마도 추경예산 집행 등 정책효과를 감안해 그렇다는 얘기다. 마이너스 성장이 현실화될 경우 우리 경제는 외환위기 이후 다시 역성장을 경험하는 셈이다. 특히 주목(注目)되는 것은 현 상황에서는 빠른 경기회복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한 대목이다. 일각의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최근 금융시장이 다소 안정되자 경기의 조기회복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일부 심리적 지표 개선이 가세하면서 경기가 바닥을 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수출이나 소비측면에서 본격적인 반전신호는 아직 찾기 어렵다. 투자도 큰 폭의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고, 고용시장도 계속 나빠지고 있다. 엊그제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한 후 이성태 한은 총재도 지적했지만 시간을 두고 주의깊게 살펴보지 않으면 안될 부분들이 분명히 있다.

설사 경기 저점이 올해 2~3분기가 된다고 해도 현재로서는 저점 그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도 어렵다. 세계경제가 회복하는데 시간이 걸린다면 우리경제도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내년에 경제가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서더라도 실제로 경기회복을 체감(體感)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한마디로 지금은 일부 지표로 인한 통계적 착시를 경계해야 할 때다. 섣부른 낙관론을 바탕으로 정부의 경기대책 추진력이 떨어지거나 마땅히 해야 할 기업구조조정 등이 미뤄진다면 나중에 더 큰 고통이 뒤따를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