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대륙간탄도 미사일 도입후 30년간 기술 축적

남북대화중에도 실험 계속…액체 연료 기술 우리보다 앞서
[Cover Story] 북한 미사일기술 어디까지 왔나
국내 과학자들은 지난 5일 북한이 발사한 은하2호가 우주궤도에 진입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장거리 미사일에 필요한 핵심 기술은 확보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박정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체계단장은 "적어도 이번 발사로 북한은 1998년 발사한 대포동 1호보다 사거리가 훨씬 긴 로켓 기술을 확보했음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번에 인공위성을 실은 로켓을 쏘아 올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로켓은 인공위성은 물론 핵폭탄 등 대량 살상무기도 실을 수 있어서 우리에게 위협이 되고 있는 것이다.

⊙ 북한은 액체연료 기술 확보했다.

북한이 발사한 장거리 로켓 은하 2호는 대륙 간 탄도미사일(ICBM)용으로 개발된 대포동 2호를 개량한 것으로 알려진다.

따라서 2006년 7월 발사했다가 실패했던 대포동 2호와 재원은 거의 비슷한 것으로 추정된다.

은하 2호는 전체 길이가 약 32m로 3단 추진 방식의 로켓이다.

로켓이 날아가는 거리는 4500~8000㎞이며 폭탄을 탑재하는 탄도미사일로 사용할 경우 탄두 무게가 500~1500㎏에 달하지만 인공위성을 탑재한 이번 은하 2호는 30㎏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켓은 연료가 연소되면서 발생하는 힘의 반작용으로 날아간다.

다단계 로켓의 경우 보통 1, 2단 추진체는 액체연료를, 3단은 고체연료를 사용한다.

북한은 다단계 로켓을 발사하면서 액체연료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해 온 것으로 보인다.

액체연료는 고체연료보다 추진력이 강력하고 연소를 시작하거나 중지시키기도 쉽다.

하지만 고체연료보다 추진체의 구조가 더 복잡하고 폭발 위험도 매우 높다.

고체연료는 오래 보관할 수 있고 액체연료에 필요한 혼합장치가 필요없다.

우리나라는 고체연료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오는 7월 발사할 한국형 발사체인 KSLV-Ⅰ은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1단 추진체를 러시아에서 들여왔으며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2단 추진체는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 30년 동안 로켓기술 개발

북한은 지난 30년 동안 로켓 개발에 몰두해 왔다.

남북한 간에 화해 무드가 무르익을 때도 로켓 기술 연구를 멈추지 않았다.

북한이 로켓 기술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은 1975년 중국에서 탄도미사일을 도입하면서부터로 알려진다.

북한은 전쟁용으로 도입한 스커드 미사일을 개량하면서 고체와 액체 로켓 엔진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북한은 1989년 사거리 500㎞의 '스커드-C'를 발사한 데 이어 1993년 1300㎞인 액체 로켓 '노동 1호'를 쏘아 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어 다단계 로켓 개발에 나선 북한은 1998년 8월 사거리 2500㎞의 3단 로켓 '대포동 1호'를 발사했으나 3단 추진체가 궤도에 진입하지 못해 실패했다.

그러나 1단 추진체가 발사지점에서 253㎞, 2단 추진체는 1646㎞ 떨어진 지역에 낙하하면서 다단계 로켓 기술에 대한 자신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2006년 발사된 '대포동 2호'(사거리 1만2000㎞)는 엔진 부분에 문제가 발생해 42초간 비행하다 폭발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은하 2호의 1단계 로켓은 2006년 발사됐던 대포동 2호보다 성능이 개선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2단계 로켓이나 고체연료 추진체로 이뤄진 3단계도 상당부분 개량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은하 2호의 2단 추진체가 당초 목표한 곳보다 약 500㎞ 못 미친 곳에 떨어진 점에 미뤄볼 때 북한이 당초 목적했던 사거리 확보에는 실패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위성이 정상적으로 우주궤도에 진입했다면 북한이 사거리 5000~6000㎞ 탄도미사일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왜 실패했나?

아직까지 상세한 정보가 나오지 않아 실패 원인에 대해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는 이른감이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발표된 내용을 종합해 볼 때 2단 로켓의 추진력이 다소 약했고 3단 로켓에도 결정적인 결함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박정주 단장은 "위성이 지구 궤도를 돌기 위해서는 3단 추진체가 최소 초속 8㎞ 정도의 가속도를 얻은 후 인공위성과 분리돼야 한다"며 "1,2,3단 추진체 가운데 어느 한 곳에라도 문제가 생겨 예정된 속도에 미치지 못하면 위성은 지구로 추락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3단 추진체가 제대로 점화됐다고 하더라도 2단 추진체에서 충분한 속도를 내지 못했을 경우 역시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창진 교수는 "위성이 지구궤도를 돌려면 궤도가 지구에 가까울수록 빠른 가속도를 얻어야 한다"며 "위성이 충분히 높이 올라가지 못한 상태에서 추진체의 속도가 떨어지면 곧바로 지구의 중력에 의해 지상으로 추락하게 된다"고 말했다.

쥐불놀이에서 빠른 속도로 돌려야 깡통이 떨어지지 않고 회전을 유지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추진력이 조금 모자랄 경우에는 위성 자체 추진체로 궤도에 오르기도 하나 이번 경우는 시험 위성이기 때문에 이 같은 기술이 적용되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1995년 무궁화 위성이 발사 후 2000㎞ 고도에서 속도가 떨어지자 위성의 자체 추진력을 활용해 3만6000㎞ 궤도로 밀어 올린 사례가 있다.

황경남 한국경제신문 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