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고급 백화점의 대명사인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의 '젊은 변신'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동안 구매력 높은 40~50대 중장년층 위주의 고급 인테리어와 상품 구성(MD)으로 '백화점 매장의 교과서'로 불렸던 이 점포가 20~30대 젊은층을 겨냥해 파격적인 매장 리뉴얼을 감행한 것.

현대백화점의 이 같은 실험은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과 직접 연결돼 젊은층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 2층이 핵심이다. 이달 초 리뉴얼을 마친 영캐주얼 코너는 천장에 환기구와 공조설비를 마감재로 감추지 않은 채 그대로 드러냈다. 검정 페인트로만 칠해 전반적으로 어두운 가운데 중간중간에 달린 지름 3m 이상의 광조명이 은은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천장만 보면 홍대 앞 클럽이나 포토스튜디오를 연상시킨다.

이는 국내 백화점에선 처음 시도되는 '마이너스(빼기) 인테리어' 기법.백화점은 '밝고 화려하고 깔끔'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젊은층이 선호하는 분위기로 과감히 바꾼 것이다. 장기천 현대백화점 인테리어팀 과장은 "젊은층에 익숙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청담동 카페나 홍대 앞 클럽에서 유행하는 인더스트리얼(공장풍) 인테리어를 백화점 최초로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또 지하 2층 출입구 바로 안쪽에는 매장 3개를 없애고 188㎡(57평) 규모의 쉼터를 마련했다. 현대백화점은 이 공간을 위해 예전에 있던 매장 3곳이 올렸던 연간 60억원의 매출을 포기했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젊은이들이 약속 장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쾌적한 환경을 조성한다는 복안이다.

지하 1층 식품관의 변신도 역시 파격이다. 한과 · 떡 · 월병 등 전통과자 매장을 줄이는 대신 20대 여성이 선호하는 컵케이크 · 마들렌 · 마카롱 등 유럽식 디저트를 파는 10개 브랜드 상품존을 처음 시도했다. 2층 명품 매장은 멀버리,드리스반노튼,클로에,보테가베네타 등 30대가 선호하는 '신흥 명품' 중심으로 재구성하고 옥상 공원도 청담동 카페처럼 꾸며 신세대 주부들의 모임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박광혁 현대백화점 영업전략실장은 "압구정 본점 리뉴얼은 고급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젊은층 최신 트렌드를 가미한 패션 공간으로 차별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