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울산 등 경남권 부품소재 산업을 선도해 나갈 4개의 지역연고 연구소가 부품소재협의체제 구축에 나섰다.

부산대학교 PNU-IFAM 국제공동연구소(소장 김병민),부품소재산학협력연구소(소장 강범수),재단법인 부산테크노파크 산하의 기계부품소재기술지원센터(센터장 이승갑),한국생산기술연구원 동남권기술지원본부(본부장 조형호)등 4개 기관은 부품소재협의체제 구축에 합의하고 오는 13일 오후 4시 부산대학교 본관 학장회의실에서 협약식을 갖는다고 밝혔다.

이 기관들은 이날 부품소재 관련 연구성과 공유,연구원 교류,고가 연구장비 등 연구인프라 상호 개방과 지역산업체 지원체제 공유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합의문을 채택할 예정이다. 이들 4개 연구소는 핵심부품소재 산업의 기술력 확보를 통한 국산화와 생산체제 혁신을 통한 경쟁력 확보가 지역경제뿐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를 살릴 가장 중요하고도 시급한 과제라는 것에 대해 공감하고 협의체제 구축에 합의했다.

우리나라의 부품소재 산업은 날로 규모도 커지고 세계적인 명성을 쌓고 있지만 핵심적인 고부가가치 부품을 일본과 미국 등 부품소재 선진국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가 완제품을 더 많이 생산하고 수출량이 늘어날수록 빼앗기는 이익이 더 커진다는 사실을 지적하기도 한다. 하지만 비관적인 견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부품소재 산업에 대한 투자와 육성책 강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00년 이후 우리나라에서 부품소재 산업은 제조업의 근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전체 제조업 생산의 42.4%를 차지하고 있다. 연평균 성장률 측면에서도 제조업을 상회한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부품소재 산업을 더욱 고도화하고 발전시켜야 지속적이며 선순환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은 명확하다. 특히 부산과 경남,울산 등 동남권의 기계부품과 소재 산업은 강력한 집적기반을 가지고 있어 적절한 전략과 지원정책이 어우러질 때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클러스터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가능성과 지금까지의 성과를 바탕으로 최근 정부에서 발표한 지역별 선도산업 선정 결과에서 동남권역 선도산업으로 수송기계부품 산업과 융복합 부품소재 산업이 선정되기도 했다.

동남권역 부품소재 산업은 강력한 집적기반과 20여년이 넘는 육성정책 덕분에 성장가능성과 잠재력이 높지만 몇 가지 한계가 지적돼 왔다. 구체적인 문제점은 △몇몇 대기업의 수직 발전에 미치지 못하는 대부분 중소업체의 영세한 상황 △2차벤더,3차벤더의 서열화에 발목잡힌 자생력 부족 △기술개발과 연구에 대한 투자부족 등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연구소와 대학이 주도하는 산 · 학협력을 통해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금까지 크고 작은 연구소가 문을 열기도 했으나 여전히 지역 부품소재 산업체의 수요와 발전을 지원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형편이다. 또한 각 연구소 간의 교류와 인프라 개방이 이뤄지지 않아 중복투자 및 산발적 지원 등의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각 기관은 고유의 설립 목표와 기관별 현안에 몰두하며 실제적이며 효과적인 기업지원을 위한 뚜렷한 방법을 찾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이번 4개 부품소재 관련 연구소의 부품소재협의체제 구축을 위한 협약이 가지는 의의는 크다고 볼 수 있다.

각기 다른 배경과 목표로 출발한 4개 연구소는 이번 협약을 통해 각 기관의 고유목표에 충실하면서도 그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협력프로그램을 구상했다. 각 연구소가 가진 장점을 살리면서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교류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중점을 뒀다는 설명이다. 우선 연4회 공동세미나를 개최해 산 · 학협력에 기반한 부품소재 관련 연구성과를 공유하고 성공사례 전략과 성과를 상호 벤치마킹하는 계기를 마련키로 했다. 또한 각 기관이 보유한 공용장비와 가족회사 연구원 정보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도 구축하기로 했다.

아울러 연구원 교환과 공동교육 과정 개설 등을 포함해 각 연구소가 따로따로 수행해 왔던 활동을 통합하거나 역할을 나눔으로써 효율과 사용자 편의를 도모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이번 협약서는 대형 국가과제를 공동 발굴하고 함께 수행하기 위한 기획운영팀을 구성하고,미래기술 연구에 대한 안정적 투자,연구개발에 대한 지속적 정책개발 등을 위해 지자체 및 정부기관과의 만남을 정례화하기 위해 협력한다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와 함께 부산대 부품소재산학협력연구소는 앞으로 다른 산 · 학협력 기관과 달리 행정지원의 역할이 아니라 기업으로부터 연구과제를 수주받아 응용기술을 연구개발하는 데 주력하는 연구소로 발전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구소 관계자는 "2004년부터 5년 동안 산 · 학협력중심대학육성사업을 수행하면서 산 · 학협력 체결을 맺은 450여 가족회사와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산 · 학 · 연 공동연구 모델을 제시하고 자생적인 수익구조도 창출할 것"이라며 "앞으로 우리나라의 응용과학 연구소가 모델로 삼을 만한 성공사례를 도출하겠다"고 강조했다. 강범수 연구소장은 "산 · 학협력 토대가 척박했던 2004년부터 최선을 다해 사업을 진행했지만 5년간 지원으로 대학이나 기업이 획기적으로 바뀔 수는 없다"며 "오히려 이 기간에 이루어 놓은 인프라를 어떻게 잘 운영하고 활용하는가가 정부지원사업의 성패를 판가름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경남 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