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업체 2곳 원료서 석면 검출하고도 발표 안해

유명 화장품 업체 2곳에 공급된 탈크 원료에서 추가로 석면이 검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보건당국은 이런 사실을 공개하지 않아 은폐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연합뉴스가 8일 입수한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탈크 수거현황' 자료에 따르면 원료 공급업체 H사가 유명 화장품 제조.판매업체 2곳에 납품한 탈크에서 추가로 석면이 검출됐다.

이 자료에 따르면 식약청은 지난 5일까지 45개 의약품, 화장품, 의료기기, 한약재 업체가 사용한 원료성분 탈크 제품 100개에 대해 수거 검사를 실시한 결과 10건에서 석면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8건은 석면 검출 사실이 확인된 덕산약품공업의 제품이었으나 나머지 2건은 식약청 발표에 포함되지 않은 원료 공급업체 H사의 탈크로 조사됐다.

식약청 자료에 따르면 H사는 국내 탈크 생산업체 영우켐텍과 프랑스 업체로부터 원료를 수입해 탈크를 제조, 공급했다.

영우켐텍은 지난 6일 식약청 발표에서 석면이 검출된 탈크를 공급한 7개 업체 가운데 포함된 곳이다.

영우켐텍의 원료는 화장품 제조.판매업체 H사로 공급돼 화장품 제조에 쓰였으며 석면이 검출된 프랑스산 탈크는 또 다른 H사에 공급됐다.

식약청은 지난 4일 이같은 내용을 확인했으나 지금까지 석면이 검출된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특히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서도 석면 오염 우려가 있는 업체로 ㈜루쎄앙 1곳만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식약청이 왜 석면이 검출된 사실을 숨기고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식약청 관계자는 이와 관련 "새로 마련된 탈크 기준에 따른 검사법으로는 석면이 검출되지 않지만 더 정밀한 검사법에서 석면이 확인된 사례"라며 "2일부터 시행된 탈크 기준 시험법에 따라 석면이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간주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해명은 이번 석면 사태 초기에 "국제적으로 공인된 검사법 3개 가운데 어느 한 방법으로라도 검출된 경우는 석면이 있는 것으로 분류했다"는 식약청의 입장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또 덕산약품공업 등 석면이 검출된 원료를 납품 받은 업체는 무조건 판매를 금지한 것과도 상반된 것이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당초 식약청은 정밀검사에서 석면이 검출된 것도 판매금지 조치를 내려놓고 나중에 드러난 업체에 대해서는 면죄부를 주고 있다"며 일관성 없는 행정을 성토했다.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tr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