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대우자동차가 지난해 1조5000억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외환 파생상품 손실을 낸 것으로 드러나면서 회생 여부에 비상이 걸렸다.

감사보고서 등에 따르면 GM대우는 미국 GM에 인수된 직후인 2003년부터 국내 시중은행들과 미국 달러화,유로화 등에 대해 외환 파생상품거래(통화선도거래)를 하면서 대규모 손실을 초래했다. 매출의 90% 정도가 수출이기 때문에 환율 변동 위험을 '헤지'(위험회피)하기 위해 파생상품(달러 등 외화 매도,원화 매수) 거래에 손을 댔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GM대우는 향후 2~3년치 수출 추정액의 50~70%에 대해 파생상품거래를 했다.

이런 계약은 원화가 강세일 때 이익이 되지만 그 반대의 경우엔 큰 손실을 안겨 준다. GM대우는 2004년부터 2006년까지는 매년 4000억~5000억원의 평가이익을 거뒀다. 하지만 작년엔 평가순손실이 1조4554억원(평가이익 132억원,평가손실 1조4686억원)에 달했다. 한 파생상품 전문가는 "2~3년 후 수출 추정치를 대상으로 파생상품 거래를 한 것은 지나치게 공격적인 거래"라며 "지난해 그 대가를 혹독하게 치른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말 현재 GM대우의 외환 파생상품 거래 잔액은 19억700만유로 및 66억2200만달러 등이다. 만기는 최장 2011년까지로,GM대우는 만기가 돌아오는 계약에 대해 조금씩 외화 상환을 해야 한다.

관건은 수출 대금이 제대로 회수될지 여부다. 수출 대금 결제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GM대우는 외환파생상품 관련 결제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GM대우의 작년 말 현재 미수채권인 매출채권(수출대금 등)은 2조3892억원이다. 모두 회수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매출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떼일 가능성에 대비해 미리 쌓아두는 돈)이 2007년 말 2443억원에서 작년 말 5147억원으로 2700억원 이상 늘었다. 일각에선 작년 하반기 러시아 등 신흥시장 수출 대금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GM대우는 "모든 수출대금은 계획대로 입금되는 중"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모회사 GM이 파산보호를 신청할 경우 GM대우의 수출대금 회수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마이클 그리말디 GM대우 사장은 최근 "2분기 중 유동성 위기가 올 수 있다"고 밝혔다. 안진회계법인은 감사보고서를 통해 "GM대우는 작년 말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9644억원이나 초과하고 있다"며 "계속기업으로서 존속 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불러일으킬 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한편 GM대우는 김창록 전 산업은행 총재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고 지난 7일 공시,그 배경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산은 전직 임원을 사외이사로 영입한 적은 있어도 총재 출신을 선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동성 부족이 심각한 만큼 신속한 자금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한 포석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상열 기자 ma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