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인터넷 중독
우리나라 인터넷 인구의 8.8%인 200여만명이 인터넷 중독자라는 행정안전부의 조사결과가 나왔다. 연령별로는 청소년이 중독률 14.3%로 성인(6.3%) 보다 두 배 이상 많다. 더구나 초등학생 중독자가 늘어나고 있어 걱정이다. 초등학생 중 38%가 입학 전부터 인터넷을 이용하는 등 연령층이 낮아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인터넷 중독은 본인이 중독됐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게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의지력이나 사회적응력이 부족한 사람들에게만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언제나 끊을 수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별 거부감 없이 반복하게 되면서 중독이 점차 심해진다는 것이다.
'중독의 심리학'이라는 책을 쓴 중독치료전문가 크레이그 네켄이 인터넷 중독을 하나의 질병으로 규정한 것도 그 때문이다. 중독이 심해지면 겉으로만 멀쩡해 보일 뿐 정서적 고립감과 절망감으로 인해 반사회성을 띠게 되는 만큼 일반 질병 못지않게 위험하다고 그는 강조한다. 주요 증상은 업무나 공부처럼 '할 일'을 방치하고 온라인 상에서 과도하게 시간을 허비하며 인터넷을 못하면 짜증이 난다는 것.중독 여부는 한국정보문화진흥원에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자가진단척도(K척도)로 판단하면 된다.
인터넷 중독자가 많아도 딱 부러지는 치료방법은 아직 없다. 컴퓨터 이용을 제한하고 심한 경우 약물 요법과 정신 치료를 함께 해야 한다는 처방이 나와 있는 정도다. 중독되기 전에 스스로 자제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 셈이다. 중국처럼 인터넷게임중독방지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 중국은 모든 인터넷 게임에 중독방지시스템을 설치하고 3시간 이상 연속 사용할 경우 30분 간격으로 경고 메시지를 띄우도록 하고 있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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