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로켓 발사로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감이 고조된 가운데 한국의 대(對)아시아 관계 구축을 위한 노력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지난 3월 이명박 대통령은 호주,뉴질랜드,인도네시아 순방에서 '신아시아 외교'구상을 발표한 바 있다. 신아시아 외교는 주변 4국을 넘어 아 · 태지역으로 외교 지평을 확대하고,FTA와 맞춤형 경제협력,아시아에서 우리의 역할과 기여 증대 등을 목표로 한다. 신아시아 외교를 통해 우리나라는 성숙한 세계국가로서 뿐만 아니라 책임있는 아 · 태지역의 일원임을 보여주고자 한다. 신아시아 외교는 실현가능한 구체적인 이슈를 중심으로 추진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정책과는 차별화된다. 이러한 구상을 실천하기 위해서 동남아국가연합(ASEAN)은 우리에게 중요한 상대가 아닐 수 없다.

일찍이 ASEAN의 전략적 중요성을 인식한 일본은 1960년대 이래 직접투자 및 공적개발원조를 지속적으로 늘려왔다. 중국 또한 오래전부터 ASEAN 회원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으며,최근 들어 중 · ASEAN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는 등 관계 강화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정학적으로 한반도 안보문제나 중 · 일간의 경쟁으로 인한 역내 불안정성을 관리해 나가기 위해선 ASEAN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경제적으로도 ASEAN 회원국들은 풍부한 자원과 매력적인 시장을 가지고 있다. 2007년 한 · ASEAN FTA 상품협정 및 서비스협정이 체결됐다. 이제 남아있는 투자협정도 조속히 체결되리라 기대한다. 2008년 한 · ASEAN 교역액은 902억달러,대ASEAN 투자는 35억달러로 우리의 제3위 교역 · 투자 대상국이다.

한국은 1989년 처음으로 ASEAN과 부문별 대화관계,1991년부터 전면적 대화관계를 수립했다. 따라서 2009년은 한 · ASEAN 대화관계 수립 20주년이 되는 해이며,지난 3월 한 · ASEAN센터가 서울에 설립됐다.

오는 6월 이를 기념해 제주도에서 한 · ASEAN 특별정상회의가 개최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오는 10~12일 태국에서 '한 · ASEAN' 및 'ASEAN+3(한 · 중 · 일)' 정상회의,동아시아 정상회의(EAS)가 개최된다.

이번 회의에서는 무엇보다도 국제경제 · 금융위기 및 식량 · 에너지 안보 등 주요 국제 이슈에 대한 역내 국가간 협력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우리로서는 G20 금융정상회의에서 합의된 국제공조 하의 경기부양책,투자 및 금융부문의 보호주의 동결,금융규제강화 방안,신흥 국가에 대한 유동성 확대 및 금융지원 등 이명박 대통령이 적극 주장해 반영시킨 내용 등을 설명할 것이다. 또한 역내 금융위기 대응을 위한 1200억달러 규모의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 다자화 공동기금조성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 더불어 우리의 '저탄소 녹색성장' 등 에너지와 환경 · 기후변화를 연계하는 새로운 국가발전 비전을 공유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이와는 별도로 한 · 중 · 일 정상회의도 개최돼 금융협력 등 3국간의 공동관심사도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한국은 금융위기 대처를 위한 국제협력에서 뿐만 아니라 자유무역과 상호투자 확대를 위한 협력 강화,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녹색성장벨트 조성,IT산업,에너지 협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ASEAN 회원국들과 협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경쟁과 협력,위기와 기회의 양면성이 공존하는 21세기에 ASEAN과의 협력 강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국제사회 힘의 중심은 더이상 미국 유럽 등 서방에만 치우쳐 있지 않다. 아시아 · 태평양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비해 우리 외교의 지평을 확대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길 방안들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