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악화 등에 따른 소득 감소로 가계의 신용위험이 카드대란 때 이후 가장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와 관심을 끈다. 한국은행이 최근 16개 은행 여신 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2분기 가계의 신용위험지수 (기준치=0) 전망치는 31로 전분기 25보다 6포인트나 올라갔다. 이는 카드 연체 급증(急增)과 카드채 사태 등으로 금융시장이 얼어붙던 지난 2003년 4분기(32) 이래 5년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한다. 특히 기업의 신용위험은 지난해 4분기를 고비로 다소 낮아지고 있는 반면 가계의 신용위험 지수는 지난해 2분기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가계의 신용위험이 높아지는 이유는 부채 규모 자체가 늘어나는 데다 대출연체율마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총 가계부채는 688조2463억원으로 한 해 전에 비해 9.1%, 5년 전에 비해서는 무려 53%나 증가했다.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2007년 0.55%에서 지난해 말엔 0.6%로 높아졌고 지난 1월 0.82%, 2월 0.89%로 올 들어 계속 높아지고 있다. 특히 빚진 가구 중 3분의 1은 가처분 소득에서 생활비와 부채상환액을 빼면 적자이고 소득수준 하위 20% 가운데 적자 가구가 3분의 2에 이르는 실정이다.

이처럼 빚에 허덕이는 가계가 늘면 소비가 위축될 수밖에 없고 이는 경기침체의 골을 더욱 깊게 해 다시 소득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결국 가장 기본적인 경제주체인 가계의 자금사정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경기회복은 고사하고 가계 신용 악화가 경제의 시한폭탄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금융시장 안정과 기업 구조조정도 중요하지만 가계 부실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서둘러 마련하지 않으면 안된다. 물론 취약층 및 저소득층 지원책이 나왔고 개인 프리워크아웃 제도 역시 시행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부족하며 좀 더 입체적이고 종합적인 지원대책을 세워야 한다. 특히 가계 대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주택담보 대출이 부실화되지 않도록 다양한 채무 조정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크다. 아울러 부동산경기 활성화 대책이 부동산 구입에 따른 가계 빚 증가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책 조합에도 유념(留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