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무하마드 유누스 방글라데시 그라민은행 총재는 수락 연설에서 21세기 경영에 관한 의미심장한 화두를 던졌다. '왜 기업가를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존재로만 규정하는가? 만약 기업가가 이윤 극대화는 물론 사회를 위해 선행을 베풀 수 있다면,인류가 고민해온 많은 사회적 난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

전통적인 기업 경영 관점에서는 이 주장에 대한 이견도 많다. 기업은 주주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노력하면 그만이다. 빈곤,환경,고용 등 복잡한 사회문제 해결을 경영자에게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사실 기업과 관련된 이해관계자는 주주뿐만 아니라 고객,종업원,협력업체,정부,사회단체 등 실로 다양하다. 하지만 주주를 제외한 나머지 집단들은 기업의 성과를 저해하는 집단으로 보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현대 마케팅의 대가로 불리는 필립 코틀러 미 노스웨스턴대 경영대학원 석좌교수의 주장은 사뭇 다르다. 그는 고객을 다루는 학문인 마케팅이 이제 사회적 이슈까지 고려하는 차원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책은 기업의 사회참여 문제를 어떻게 슬기롭게 풀어갈 것인지 그 구체적인 방법론과 다양한 사례들을 제시하고 있다. 이때 '기업의 사회참여사업(corporate social initiative)'은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기 위해 특정 사회문제를 지원하며 펼치는 일련의 활동을 의미한다.

저자는 기업이 사회를 위해 펼치는 활동을 공익 캠페인,공익연계 마케팅,사회 마케팅,사회공헌활동,지역사회 자원봉사,사회책임 경영 실천 등 6가지 유형으로 구분해 설명하고 있다. 예컨대 델컴퓨터는 환경보호,맥도날드는 아동복지,서브웨이는 건강에 관한 광범위한 사회참여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얼핏 수익성과 공공성은 서로 양립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월마트 나이키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브리티시항공 바디샵 존슨앤드존슨 P&G 등 이 책에 제시된 수많은 성공 사례들은 기업이 이익과 선행의 문제를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공공성의 약점을 기업 경영이라는 메커니즘을 통해 보완해주고,대신 기업은 사회적 정당성 확보를 통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익 제고라는 혜택을 얻게 된다.

기업의 사회참여를 소비자들의 동정심을 이용해 영리를 추구하는 고도의 상술에 불과하다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진정한 기업의 사회참여 사업은 윤리적 가치를 돈으로 사는 행위가 아니라 진실한 도덕적 가치 구현을 통해 고객들의 신뢰와 충성도를 얻는 노력이다. 존경받는 기업이 성공할 수 있다.

이동현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