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부 초청으로 지난달 말 일주일간 파리 등 주요 도시를 방문했다. 금융산업 의존도가 높은 미국 영국에 비해 사정이 낫다고 하지만 프랑스 역시 글로벌 경기침체 파고에서 자유롭지 않은 듯했다. 올 들어 외국인 관광객도 전년 대비 10%가량 감소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마이너스 성장을 하면서 실업자가 급증하고,내수시장도 위축되고 있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었다.

일주일간의 방문 기간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루브르박물관이나 세계 최강의 원자력발전소가 아니라 파리시내 차이나타운의 베트남 국수집인 'Pho14'였다. 차이나타운은 도심 외곽의 서민층들이 몰려 사는 13구 지역에 있다. 파리의 맛집으로 꼽히는 Pho14를 찾아간 것은 점심시간이 지난 오후 2시께였다. 우리나라 길거리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허름한 식당이었다. 주변에 베트남 국수집이 3,4개가 더 있었지만 이 집에만 사람들이 줄지어 있었다.

비결은 무엇일까. 30분을 기다려 옆 테이블의 사람과 어깨를 부딪쳐가며 먹고 나니 이해가 됐다. 우선 담백하고 깊은 맛이 훌륭했다. 계산을 하고나니 더 만족스러웠다. 국수는 5유로(약 8900원)였고,만두와 함께 먹어도 7유로면 충분했다. 물가가 비싸기로 유명한 파리에서 이런 가격으로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은 흔치 않다. 파리 시민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까지 몰려 Pho14에는 연중 사람들이 넘쳐난다.

국내로 눈을 돌려봐도 사정은 비슷하다. 500만 중소 자영업자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주까지 한국경제신문 주최로 10일간 진행했던 '창업 · 자영업 전국 로드쇼' 현장에서 만나본 자영업자들은 한결같이 경기가 작년에 비해 최악이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 국내에도 Pho14 같은 식당은 많다.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서울 대학로나 홍대 상권에는 30~40분은 기다려야 들어갈 수 있는 집들이 있다. 알뜰 소비가 늘어나면서 값이 비싸지 않고 맛이 좋다고 소문난 집으로 소비자들이 쏠린다.

올 들어 뜨고 있는 용두동 주꾸미 식당가도 이런 류에 속한다. 동대문구에서도 외진 동네였던 용두동은 가족 단위나 연인들이 몰려들어 외식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1인당 1만원이면 맛진 별미 요리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 세계경제는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3월 위기설'이 수그러들고,북한의 미사일 사태도 마무리되면서 주가는 오르고 환율은 떨어져 금융시장은 안정을 되찾는 양상이다. 이번 불황기를 이겨내면 자영업자들은 보다 나은 내일을 기약할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에게 호시절이 오진 않는다. 이런 면에서 일본 최대 이자카야 체인점으로 성공 신화를 쓰고 있는 와타미의 영업 전략은 참고할 만하다. 와타미는 올 봄 메뉴 개편 때 코스트 삭감을 위해 꼬치를 없앤 '꼬치구이' 등 파격적인 메뉴를 선보였고,생맥주 가격도 인하했다.

구와바라 유타카 사장은 "2008회계연도에 사상 최대인 63억엔의 순익이 예상된다"며 "과도한 품질과 서비스를 줄이는 대신 가격과 맛으로 승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불황기엔 합리적인 가격과 좋은 품질이 경쟁력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