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정말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입니다"

현대아산이 금강산 관광 사업 11년 만에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했다.

현대아산은 작년 7월11일 관광객 박왕자씨 피격 사건 이후 중단된 금강산 관광 재개의 `마지노선'을 이달로 잡고, 지난 2월부터 예약 판매를 해왔다.

긴축 경영에 안간힘을 기울이면서 땅 길이 다시 열리기를 고대하던 현대아산의 바람은 그러나 성사가 불투명해졌다.

개성공단에 파견한 직원이 북한에 억류되는 돌발 변수가 발생한 와중에 북한의 로켓 발사도 결국 현실이 됐기 때문이다.

1998년 11월 `금강호' 출항으로 해로를 처음 개척한 현대아산은 2003년 2월 육로 시범 관광을 한 뒤 그해 9월부터 본격적인 육로 관광 시대를 열었다.

그동안 천재지변 또는 크고 작은 인위적 사건이 있었으나 이번처럼 오랜 기간 관광이 재개되지 못한 적은 없었다.

심지어 2006년 10월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했을 때도 관광은 중단되지 않았다.

현대아산의 한 직원은 "당시 무더기 예약 취소로 현지 직원이 600명인데 관광객이 25명일 때도 있었다"면서 "그러나 단 한 명이 간다 해도 금강산 관광은 이어질 것이라는 회장의 의지를 받들어 중단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2006년 북핵 사태 때도 4개월간 비상경영체제를 운영했던 현대아산은 이번에는 1천 명이 넘는 직원을 470여명으로 대폭 줄이고, 일부 직원은 재택 순환을 시키면서 급여의 70%만 지급하는 등 강도 높은 비상 경영을 펼치고 있다.

작년 7월 금강산에 이은 개성 관광 중단 때문에 현대아산의 매출 손실은 이미 1천억원을 넘었다.

현대아산은 개성공단 건설 수주로 손실을 어느 정도 상쇄하고, 최근에는 2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운영 자금을 마련하는 등 생존을 위해 사투하고 있다.

그러나 주력인 관광 사업이 재개되지 않으면 활로는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현대아산 조건식 사장은 지난 2월 창립 1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4월까지 재개되지 않으면 어렵다"고 밝히는가 하면 현대그룹의 현정은 회장도 지난달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묘소를 참배하고 나서 "대북사업 잘되게 해달라고 빌었다"고 말하는 등 경영진들도 위기의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관광 사업 재개의 여건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지만 국민의 금강산 관광 열망이 식지 않은 것에 대해 현대아산은 그나마 안도하고 있다.

이달 말까지 3만 명의 금강산 관광 예약 인원을 모집하기로 계획했지만 이미 지난달 목표치를 넘어섰고, 예약이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
현대아산의 한 관계자는 "더는 나빠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면서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할 수밖에..."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동경 기자 hopem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