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서울모터쇼'가 2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프레스데이 행사를 시작으로 막을 올렸다. 2년에 한 번 열리는 자동차 업계의 큰 축제다.

하지만 전시장에서 만난 자동차 맨들의 표정은 무척 어두웠다. 불경기 탓에 불참한 수입차가 많아 상대적으로 썰렁한 느낌을 주는 전시장 분위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국산차,수입차 가릴 것 없이 영업 담당 직원들은 안부 인사를 제대로 건네기도 전에 한숨부터 내쉬기 일쑤였다.

"모처럼 잔칫상을 차리고 손님을 모았지만 흥을 낼 기분이 아닙니다. 마냥 웃기엔 4월 마감 실적에 대한 부담이 벌써부터 너무 커요. 어떻게 좀 해 달라는 일선 영업소의 전화가 빗발 치지만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고…."

완성차 회사의 영업 담당 A임원은 "정부가 지난달 26일 9년 넘은 노후 차를 신차로 교체하면 250만원 한도 내에서 최대 세금 70%까지 감면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뒤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느냐"며 이같이 하소연했다. "이제는 이런저런 소문이 너무 퍼져 실수요자조차도 확실한 방안이 나올 때까지 차를 사려 하지 않는다. 지난해 말 개별소비세 인하 때도 똑같은 실수를 해 놓고 왜 또 이러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고 했다.

정부 발표의 부작용은 완성차 업체들이 지난 1일 공개한 3월 판매 실적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난다. 정부 발표 이후 현대자동차의 하루 평균 계약 대수는 2600대 수준으로 지난 1월 같은 기간보다 무려 1100대,30%가 줄었다. 기아자동차 역시 하루 계약 대수가 1월 하순 3200대에서 3월 하순 1800대로 곤두박질쳤다.

"이른 시일 안에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추가 감산에 나서는 완성차 업체가 나올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위태위태한 가운데 겨우 버티고 있는데,다시 감산에 나서게 되면 잠복했던 문제들이 터져 나올 수도 있는데….노사 갈등도 그렇고,부품업체 위기도 그렇고."

다른 완성차 업체 재무 담당 간부는 "지금대로라면 자동차산업 지원 방안이 아니라 고사(枯死) 방안이 되기 십상"이라며 "정부 내 의견 조율을 하건,국회 협의를 하건 하루라도 빨리 명확한 후속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서울모터쇼 축제가 열리는 지금,자동차 업계는 잔인한 4월을 맞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