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무역법 일부 개정 법률안에 대해 민노당의 이정희 의원이 반대 토론하겠습니다. "

임시국회 개회 첫날인 지난 1일 국회 본회의장.문희상 국회 부의장이 14번째 안건을 토론하겠다며 이같이 말하자 갑자기 30여명의 의원들이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이 의원은 "한 · 미 FTA를 통과시키지도 않은 상황에서 지식경제부 장관이 대외 무역시 정보 수집을 할 수 있다는 이번 안건을 통과시키면 국내 기업 기밀까지도 외국에 넘기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의 발언 도중 20여명의 한나라당 의원들이 자리를 떴고 한나라당 김기현 의원의 찬성 토론 때까지 50여명은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문 부의장이 표결을 선언하자 본회의장은 50여명의 의원이 한꺼번에 제자리를 찾아가느라 북적댔다. "투표를 마치겠습니다"는 부의장의 말에 "잠깐만요"라며 뛰어가는 몇몇 의원도 눈에 띄었다.

이런 집단 자리 비우기는 이걸로 끝나지 않았다. 바로 다음 안건 때도 되풀이됐다. 문 부의장이 "토론 신청이 있습니다. 민노당 이정희 의원 나와 주세요"라고 하자 뒷좌석에 앉아 있던 20~30명의 한나라당 중진 의원들은 "또야? 에이~뭐야!"라고 큰소리를 내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번에도 20여명의 의원들은 토론 시간에 회의장을 비웠다. 한나라당 김성태 의원도 찬성 토론을 통해 "이 의원께서 두 번씩이나 기동타격대가 되셨는데 상임위에서 심도 깊게 논의한 걸 잘 확인하지 못한 것 같다"며 이 의원을 나무랐다. 밖에 나갔던 의원 중 10여명이 다시 자리로 돌아와 한 표를 던졌고 이 안건이 가결되자 이 의원은 고개를 숙인 채 본회의장을 빠져 나갔다.

4월 임시국회 첫날 국회 본회의장의 풍경이다. 어떻게든 반대하는 안건이 통과되면 안 된다는 이 의원의 입장과 본회의 진행을 지연시키면서 계속 반대하기만 하는 이 의원을 못마땅해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입장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은 상호 다른 점을 인정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접점을 찾아가는 민주주의의 기본과는 거리가 멀다. 국회 폭력을 불러오는 수를 앞세운 여당의 강공과 야당의 회의장 점거도 따지고 보면 이런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동료 의원에 대한 작은 배려조차 못하면서 국민을 대변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