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널드 레이건은 미국 대통령 취임 당시 심각했던 불황을 경제에 관한 자신의 철학을 펼칠 기회로 활용했다. 광범위한 수준에서 시장에 경제의 주도권을 넘기면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오바마 행정부 또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현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른바 '큰 정부'로의 복귀는 아니다.

현재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월가에 개입하고 있지만,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10개년 예산 계획은 놀랄 만큼 보수적이다. 조세 부담률은 10년 후 국내총생산(GDP)의 19%로 하락하는데 이는 1990년대 후반보다 훨씬 낮다.

오바마와 레이건의 차이는 성장과 많은 이들의 번영을 위해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느냐에 있다. 레이건은 '위에서 아래로'의 성장이 최선이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부유층의 세금을 깎으면 그들이 더 열심히 일하고 더 많이 투자해 모두가 혜택을 본다는 것이다. 레이거노믹스는 미국 역사상 가장 긴 호황을 가지고 왔지만 그 과실을 많은 이들이 나누진 못했다. 레이건이 세금을 깎은 뒤 중산층의 수입은 둔화됐으며,조지 부시 대통령의 감세 이후엔 오히려 줄어들기까지 했다. 그동안 최상위층의 소득은 증가했다. 1980년 소득 상위 1%는 전체 소득의 9%를 차지했는데,2007년 그 비율은 22%로 늘었다.

이와 반대로 오바마노믹스는 '아래에서 위로'의 성장을 추구한다. 오바마 행정부는 최상위 2%에 대한 세금을 2011년부터 늘린다고 발표했다. 여기서 확보한 자금은 저소득층 학자금,우수 교사 지원,의료보장 혜택 확대,인프라 확충,기초과학 연구 등에 쓰일 계획이다.

자본은 더 이상 국경선 안에 머무르지 않고 수익률을 좇아 전 세계를 돌아다니고 있다. 이 자본의 대부분은 직접 투자 형태로 새로운 공장과 시설,인프라,연구소,사무실을 짓는 데 쓰이고 그 결과 일자리를 창출한다. 임금이 싸고 세금과 규제 수준이 낮아 고수익이 가능하기도 하지만 노동력이 대단히 생산적일 때,즉 잘 교육받고 보건 수준이 높으며 현대적인 인프라의 지원을 받는 근로자들이 있는 경우에도 자본이 몰린다.

따라서 모든 국가들은 자신의 전략적 우위를 저비용에 둘 것인지 아니면 고생산성에 둘 것인지의 선택에 직면해 있다. 지난 30년 동안 미국은 전자를 택했으며,이는 점점 더 많은 미국인들의 임금을 낮추는 압력이 됐다. 오바마 행정부는 사람이야말로 국가 경제의 고유하며 유일한 자원임을 인식하고 있다. 공공 투자는 국민들의 부를 낳는 민간부문 투자를 유인하는 열쇠다.

레이거노믹스에서 정부는 문제 덩어리였다. 그리고 그것은 여전히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오바마노믹스는 정부가 없으면 풀리지 않는 더 큰 문제가 있다고 본다. '아래에서 위로'의 방향으로 경제를 재구축하고 공공 투자를 제고함으로써 오바마 행정부는 1981년 이래 미국을 지배해 왔던 경제 철학을 뒤집을 것이다.

정리=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

◇이 글은 UC버클리대 교수로 진보적 학자,평론가,정치인으로 유명한 로버트 라이시가 월스트리트저널에 '오바마노믹스는 큰 정부에 관한 것이 아니다'라는 제목으로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