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서민과 애환을 같이 해온 대표적인 음식 '짬뽕'.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지겨울 정도로 자주 먹었던 음식인 데다 여러 가지를 섞는다는 것을 쉽게 표현할 때 편하게 쓰곤 해서 당연히 한국어인 줄만 알았다. 그런데 재작년 필자 회사에서 음식사업을 준비하기 위해 일본에 있는 라면집을 방문했을 때 메뉴판에 '나가사키 짬뽕'이라고 씌어져 있는 것을 보고 순수 우리나라 말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 단어의 어원을 보면 두 가지가 있는데,그 중 하나는 19세기 말 일본 나가사키항에서 유래됐다는 설과 같은 시기에 지금의 인천인 제물포항에서부터 유래됐다는 설이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둘 다 중국 상인들로부터 시작된 음식이고,국물 내는 방식은 다르지만 야채와 해물 고기 등을 볶아서 만드는 방법은 거의 유사하다는 것이다. 아마도 나가사키나 제물포는 모두 주요 항구였으며,이민자인 중국인들이 그 나라 사람들과 자연스러운 교감을 위해 '섞는' 요리를 선보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이질적인 것을 섞어서 만든 차별화된 새로운 것이라는 의미의 '짬뽕'이란 단어야말로 요즘 흔히 업계에서 화두로 꺼내는 '퓨전'이나 '콜래보레이션(Collaboration · 협업)'을 표현하는 원조일 것이다.

개인이나 기업 가치의 본질을 단순한 소유가 아닌 네트워크에 무게를 더 두는 21세기 글로벌 기업들은 이익을 위해서는 적과의 동침도 시도할 수 있는 '콜래보레이션'을 주요 비즈니스 모델로 채택하고 있으며,기발하고 창의적인 제품들을 출시해 발전시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활용하고 있다. 여러 기업들이 그들의 업종과는 전혀 관계없이 새로운 성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협업 파트너를 찾는 데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대기업 가전제품 매장에서 총각들이 야채를 판다는 매우 독특하면서도 파격적인 아이디어로 시도한 작은 가게가 불과 몇 년 만에 350억원 이상의 매출을 내는 기업으로 성장,방송 프로그램에서 인재를 공개 채용하는 것을 보았다. 작지만 강한 실천력을 가진 이러한 '짬뽕'아이디어 하나가 국가나 사회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아직도 타성에 젖어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나 자신을 채찍질하게 된다.

혼자 잘하면 된다는 구태한 기준으로는 더 이상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고객의 선택이 국적,나이,성별,저가,고가 시장의 경계선을 자유자재로 넘나들고 있는 현실 속에서 내가 갖고 있지 않은 것을 보유한 상대라면 비록 적일지언정 과감하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 세상에 없는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창조의 힘 '콜래보레이션'이야말로 레드오션 속에서 힘들게 항해하는 기업들을 견인하는 비상(飛上)엔진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