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군 조직문화 바꾸고 파벌주의 악습 없어질것”

반 “군 전문성 떨어지고 수뇌부 지휘권 약화될것”

청와대가 육 · 해 · 공 3군의 엘리트 장교 양성기관인 사관학교를 합쳐 2012년까지 단일 통합사관학교로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육 · 해 · 공군의 유기적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군에 팽배한 이기주의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사관학교 통합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특히 미래전에 대비한 정예군 육성을 위해서도 3군의 합동성 강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군 내부에서는 "3군 사관학교 통합 안이 우리 군 구조에 맞지 않는다"며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특히 해군과 공군은 "전문장교 양성이 위축된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3군을 국방총장의 단일 지휘체계로 묶는 통합군 체제 도입과 통합사관학교 창설을 둘러싼 논란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단골 메뉴로 떠올랐으며 노무현 정부 때도 국방개혁의 화두 중 하나였다.

하지만 불과 3년 전 격론 끝에 '통일이 이뤄질 때까지' 3군 간의 합의를 존중하는 합동군 체제를 유지하기로 결론을 내린 바 있다.

3군 구조를 그대로 둔 채 합동참모회의 의장이 군령권을 행사하는 합동군제를 선택한 셈이다.

문제는 창군 이래 육 · 해 · 공군의 독립성을 인정해 온 합동군 체제는 그대로 둔 채 사관학교만 통합한다고 해서 과연 정예군 양성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느냐는 점이다.

3군 사관학교 통합을 둘러싼 논란을 분석해본다.

⊙ 찬성 측, "군 조직문화 쇄신하고 파벌주의 등 악습도 근절시킬 것"

통합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우리 군이 미래전장에서 입체전을 수행할 선진 정예군이 되려면 전력 증강이나 군 구조개편도 중요하지만 직업장교의 의식전환 등 조직문화의 쇄신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오랫동안 군내 화합과 소통을 저해한 출신군별 파벌주의나 자군(自軍) 이기주의 등 군내 폐습은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고 꼬집는다.

군 조직문화를 바꾸고 악습을 근절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 초급장교 교과과정의 틀을 바꾸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공군과 해군의 피해의식으로 인한 반대에 부딪쳐 국방 분야의 최대 현안인 통합군제 도입이 번번이 좌절됐다"며 3군 사관학교 통합은 통합군제로 가기 위한 출발점이라고 강조한다.

뿐만 아니라 통합군제로 바뀌면 국방예산이 획기적으로 줄어들고 전투력 효과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3군 사관학교는 하루빨리 하나로 통합돼야 하며 통합군도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 반대 측, "군별 전문성 떨어지고 수뇌부 지휘권도 약화시킬 것"

이에 대해 반대하는 쪽에서는 "우리 군은 육 · 해 · 공군 체제를 기준으로 운영돼 왔으며, 각 군은 고유의 자랑스러운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다"며 간부 양성도 군별로 전문성 있게 추진돼야 함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각군 참모총장이 행사하는 군정권의 하나인 교육 기능이 사라지면 군 수뇌부의 지휘권과 통솔력을 약화시킬 우려가 크다고 지적한다.

국방체제와 간부 양성체계는 불가분의 관계라는 얘기다.

이들은 또 "통합사관학교는 단일 지휘관이 3군을 지휘하는 통합군 체제에 적합한 형태"라며 현행 합동군 체제에선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일각에서 이번 방침을 통합군제 도입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분석하고 있는 것도 그러한 연유에서다.

군사 전략전술 강국인 미국이나 영국 등에서도 3군 사관학교를 통합한 사례가 없다고 강조한다.

육 · 해 · 공군 사관학교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특성화 교육장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 각군 협조와 지원 이끌어내고 의장 윤번제 등 방안도 강구해야

미래전에 대비해 육 · 해 · 공군의 합동성을 강화하고 이를 토대로 합동작전 수행 능력을 발전시키는 일은 중차대한 과제임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예전보다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특정 군을 과도하게 우대하고,출신에 따라 장교들을 홀대하는 현상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사관학교 통합은 각군의 합동성과 통합성을 유도하고 군별 차별화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해볼 만하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우리 군이 미래 정예군으로 나가기 위한 첫 관문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사관학교 통합을 실현하기 위해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각군 수뇌부의 협조와 지원을 이끌어내는 데 무엇보다 힘을 쏟지 않으면 안 된다.

각군의 전통과 권위,특수성을 중시하는 수뇌부가 동참하지 않고는 결코 성공할 수 없는 까닭이다.

파벌의 주요한 원인은 진급구조에 있는 만큼 합참의장을 3군이 돌아가며 맡는 의장 윤번제 등 갖가지 방안을 적극 강구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번 기회에 통합군제 도입 문제도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 용어풀이 >

사관학교 = 육 · 해 · 공군의 정규 장교를 양성하는 4년제 군사학교를 말한다. 대학과정에 해당되며 학생들은 졸업 후 학사학위를 받고 소위로 임관하게 된다. 올해까지 육사는 65기, 해사는 63기, 공사는 55기의 초급장교를 배출했다.

통합군 = 육 · 해 · 공군의 부대를 분리하지 않고 단일 사령부에 혼합해 편성한 군대를 일컫는다. 각군을 단일지휘 체계로 묶는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육 · 해 · 공군 총장직을 없애고 대신 국방총장의 지휘 아래 놓는 방안이 검토됐다.

합동군 = 기존 육 · 해 · 공군 3군 구조를 그대로 둔 채 합동참모회의 의장이 군령권을 행사하는 것을 말한다. 합동참모본부는 1963년 창설된 이후 1988년 합동군제 개념의 국군최고 군령기관으로 재출범했다.

-------------------------------------------------------------

☞ 한경닷컴 3월18일자 보도기사

국방부는 18일 육 · 해 · 공군 사관학교를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날 "사관학교 통합을 현재 검토 중"이라며 "하지만 군 운영의 효율성 측면에서 어떤 것이 더 좋은지 제도와 관계 법령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심층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국방부 관계자는 "20여년 전부터 합동성을 강화하자는 차원에서 통합해 보자는 방안을 추진하다 중단했는데 2009년 업무보고에서 아이디어 차원에서 장기 과제로 검토하고 있다"며 "그러나 합동군 체제가 이뤄지지 않는 한 통합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각군 사관학교마다 특성이 있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통합하자는 것은 현실적인 방안이 못 된다"면서 "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고 못박았다.

사관학교 통합 문제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제기됐으나 각군의 이해가 엇갈려 구체적인 방안이 수립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방위대학에서 육 · 해 · 공군 장교를 통합 배출하고 있으나 미국 등 선진국은 육 · 해 · 공군 사관학교를 따로 두고 있다.

김태철 한국경제신문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