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이 위태로운 미국의 대형자동차업체들이 자존심을 접고 현대자동차의 마케팅을 따라하기 시작했다.

현대차는 차량 구입자가 직장을 잃어 자동차할부금을 낼 수 없는 형편이 됐을 때 차를 되사주는 프로그램을 올해 1월부터 시행, 여타 업체들이 두자릿수의 판매감소를 보이는 가운데서도 지난달 판매대수 하락률을 단 2%로 방어하는 데 성공했다.

현대차가 이런 마케팅으로 톡톡히 효과를 보자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등 미국의 대형 자동차업체들이 이를 따라하기 시작한 것이다.

포드자동차는 31일 포드와 링컨, 머큐리 등의 차량을 구입하는 고객이 실직할 경우 최대 1년까지 월 700달러의 할부금을 회사측이 부담하는 판촉프로그램을 마련, 6월1일까지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포드는 또 일부 차종에 한해 무이자할부 판매를 시행키로 했다.

포드의 이런 발표가 나온 후 불과 몇시간만에 GM도 유사한 프로그램을 내놨다.

GM의 프리츠 헨더슨 신임 최고경영자(CEO)는 기자회견을 열어 GM의 차량을 구입한 사람이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실직했을 경우 월 500달러씩 9차례에 걸쳐 할부금을 회사측이 대납하는 프로그램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판촉프로그램은 4월 한달간 GM 차량을 구입하는 고객에 한해 적용된다.

GM의 이번 발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정부의 추가 구제자금을 요청한 GM과 크라이슬러에 대해 강도높은 자구안을 제출하지 못할 경우 파산절차를 밟을 수 있음을 경고하면서 사실상 최후통첩을 한 지 하루만에 나온 것이다.

포드의 경우 GM과 마찬가지로 극심한 판매부진에 시달리고 있지만 내부 현금유동성 사정이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어서 정부에 구제금융을 요청하지는 않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s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