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은 대만의 '타이베이 101'(101층,508m)이다. 2004년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타워(88층,452m)를 누르고 최고의 자리에 오른 후 관광명소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머지않아 아랍에미리트에 건립중인 '버즈 두바이'에 밀려나게 돼 있다. 내년 상반기 완공될 버즈 두바이는 160층에 첨탑을 포함한 높이가 800m에 이른다. 대단한 규모를 자랑하는 이 빌딩도 현재 제안단계에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마일 하이타워'(1609m)나 영국의 '런던 슈퍼타워'(1500m)에 비하면 '꼬마'수준이다. 공중을 장악하기 위한 인간의 노력은 이렇게 끝이 없다.

초고층 빌딩을 짓는 것은 자연과의 싸움이다. 우선 건물의 엄청난 무게 때문에 아무리 고강도 콘크리트를 써도 완공 후 쪼그라들게 된다. 무게가 54만t에 달하는 버즈 두바이는 전체 높이가 65㎝ 정도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층별로 2~4㎜씩 높게 시공했다. 바람도 중요한 고려 요소다. 지상 600m 상공에서는 초속 50m의 바람이 분다. 이를 흡수하기 위해 좌우로 1.2m씩 흔들리도록 설계됐다. 타이베이 101의 경우엔 거대한 추를 바람과 반대로 움직이도록 설치했다. 건물을 정확히 직각으로 세우기도 쉽지 않다. 인공위성에서 보내주는 위치정보를 활용해 수직을 맞춘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133층 640m 높이의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 건립이 확정된 데 이어 112층 555m의 제2롯데월드 신축도 허용키로 했다. 용산 드림타워(150층,620m) 인천타워(151층,613m) 등 모두 10여개의 프로젝트가 추진되면서 초고층 빌딩 시대가 열리고 있다. 시공능력도 세계적 수준이다. 삼성물산이 버즈 두바이를 공사중이고 디지털미디어시티도 순수 한국기술로 세운다. 성균관대 대학원에는 올해 초고층 · 장대교량학과까지 생겼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초고층 빌딩도 장 · 단점을 갖고 있다. 땅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 경제성이 높은데다 건물 자체가 고도의 상징성을 갖게 되는 것은 장점에 속한다. 반면 화재나 천재지변에 대한 태생적 위험을 안고 있다. 시공기술만 눈부시게 발달할 뿐 얼마나 높이 올리는 게 이상적인지에 대한 합의도 아직은 이뤄지지 않았다. 높은 빌딩을 지으면서 자연과 화해로운 접점을 찾는 작업이 병행돼야 하는 이유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