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도둑을 잡자는 얘기인데 근본적인 대책없이 로또식 포상만으로 달라질 게 있겠습니까. "

국민권익위원회가 31일 일선 공무원들의 보조금 횡령 사건을 적발하기 위해 최대 20억원의 보상금을 내건 신고 이벤트를 벌이겠다고 하자 대뜸 경제부처의 한 공무원이 건넨 말이다. 냉소적 반응이다. 이번 권익위 이벤트의 내용은 4월1일부터 6월 말까지 석 달간 복지예산 횡령 사례를 신고하는 사람에게 거액의 보상금을 지급하겠다는 것. 일종의 '부패 공무원 파파라치'제도다.

권익위가 이렇게 엄청난 보상금을 내걸고 행사를 벌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일선 복지예산 담당 공무원들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최근 기초생활수급자 보조금이나 장애인 수당,저소득층 장학금 등 빈곤 계층을 위해 쓰여야 할 복지 보조금이 담당 공무원들의 주머니로 흘러가는 사례가 적잖게 적발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앞으로 복지 보조금을 횡령하는 공무원에게는 횡령금의 두 배까지 물리게 하고 예산집행 실명제를 도입하라"고 지시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그러자 보건복지가족부와 행정안전부,노동부 등 관련 부처들이 부랴부랴 나서서 '사회안전망 지원예산 누수방지대책'을 논의하고 아이디어를 짰다. 권익위의 이번 행사도 그런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이해된다.

경제부처의 이 공무원은 "이런 행사라도 하는 게 안 하는 것보다는 백배 낫겠지만 한편으로 씁쓸한 생각도 든다"고 했다. 이번 복지 보조금 횡령 사건은 참여정부 시절 매년 20~30%씩 복지 예산을 펑펑 늘릴 때부터 충분히 예상됐던 사고라는 것이다. 당시 정부는 삶의 질 개선이라는 명목 아래 복지 예산을 늘려서 지자체로 내려 보냈지만 현장에서는 이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관리 감독할 체계가 전혀 마련되지 않았다.

매년 늘어나는 복지 보조금은 해당 공무원들의 도심(盜心)만 채워주는 꼴이 된 셈이다. "거액의 상금을 내건 한시적인 이벤트보다는 복지 예산의 효율성과 관리감독체계부터 꼼꼼히 챙겨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이 공무원의 생각이 다른 정부 부처에도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