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업계에는 '스마일 커브(Smile curve) 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상품기획-부품생산-제조-판매-애프터서비스(AS)'에 이르는 과정 가운데 양쪽 끝에 있는 상품기획과 AS의 수익성이 가장 높고,중간에 있는 제조의 수익성이 가장 낮은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그래프가 마치 '웃는 입 모양'처럼 양쪽 끝이 올라갔다고 해서 스마일 커브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에 따라 수익성 높은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는 대신 제조 공정은 아웃소싱으로 해결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남들과 달리 제조에만 집중해 성공을 거둔 기업이 있다. 바로 전자제품 하청 제조업(EMS) 시장의 강자 플렉스트로닉스(Flextronics)다. 모토로라 휴대폰,마이크로소프트의 X-BOX 게임기,제록스 복사기,코닥 디지털카메라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제품들을 모두 이 회사가 만든다.

플렉스트로닉스의 매출은 33조원(2008년 기준)으로 세계적인 규모이고 제조단계의 낮은 수익성에도 불구하고 4%의 영업이익률을 올리고 있다. 23만명의 직원들이 전 세계 30개국 수백개의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표준화와 대량 주문을 통한 비용절감을 추구하며 효율성을 극대화함으로써 최고의 제조기업 비전을 현실로 만들었다.

플렉스트로닉스는 다른 기업들이 제조를 포기하는 틈을 타 전 세계의 공장을 값싸게 사들였다. 그리고 컨베이어벨트를 없애고 근로자들 사이의 간격을 좁히는 형태로 전 세계 공장을 표준화했다. 컨베이어벨트를 없앤 것은 작은 전자제품을 조립할 때는 작업간격이 좁아 근로자가 손으로 전달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터득했기 때문이다. 생산시간 절약은 물론 불량까지 한번에 체크할 수 있었다.

표준화로 플렉스트로닉스는 두 가지 강점을 갖게 됐다. 첫째는 생산 유연성이다. 예를 들어 브라질 공장의 생산물량이 넘치면 이를 중국으로 넘겨도 된다.

둘째,남는 공간을 활용한 추가 수익이다. 컨베이어벨트 공간을 없애자 공장면적의 15%가 남게 됐고 여기에 새 설비를 들여와 추가 생산이 가능했다. 전 세계에 있는 플렉스트로닉스의 공장들은 서로 경쟁한다. 공장을 인수할 때 직원들을 함께 인수하는 게 본사 방침이지만 다른 공장과의 경쟁에서 이겨야만 공장과 함께 살아남을 수 있다.

이 때문에 특정 기업 소유의 공장이었을 때는 수동적으로 일하던 직원들이 설비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경쟁적으로 영업활동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공장 외형설비를 효율화하는 작업이 끝난 다음엔 내실을 다지는 단계로 접어든다. 내실화의 대표적인 예는 대량 주문을 활용해 구매 단가를 낮추는 것이다.

새로 인수된 모든 공장에는 본사에서 파견된 직원들로 구성된 부품 구매팀이 신설된다. 이들은 전 세계 부품 단가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품질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장 저렴한' 부품을 찾는다. 이후 부품은 플렉스트로닉스 전사 차원에서 구매가 이뤄진다. 엄청나게 많은 물량을 한꺼번에 구매하면서 부품 단가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었다.

모두가 한 방향으로 몰려갈 때 정반대 방향에서 기회를 찾아보자.모두가 힘든 시기,다르게 생각하고 과감하게 행동하는 사람만이 남다른 경쟁력을 얻을 수 있다.

세계경영연구원 조미나 이사/조성진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