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부 경제지표들이 개선(改善)되는 모습을 보이자 경기가 바닥을 치는 것 아니냐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얼마전 경제의 좋은 신호들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이것이 과연 경제가 본격적으로 살아나고 있다는 증거로 봐야 할지에 대해서는 솔직히 조심스럽다.

물론 일부 지표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한국은행이 1400여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57로 나타난 것은 지난달 12월 이후 계속 40선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개선되고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전경련이 매출액 상위 6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3월 BSI가 89.0으로 2월의 62.4보다 크게 높아진 것 또한 마찬가지다.

그러나 BSI가 기준치 100을 여전히 밑돌고 있다는 것은 상황을 나쁘게 보는 기업들이 더 많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이를 두고 경기심리의 본격적 개선을 말하기는 어렵다. 사실 금융권에서는 여전히 경기 저점이 멀었다는 견해도 상당하고, 경기 저점이 오더라도 곧바로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경제를 보는 심리도 부문별로는 이렇게 엇갈리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게다가 심리지표 개선이 힘을 받으려면 실물지표에서도 뚜렷한 반등이 나타나야 하는데 아직은 그렇지 못하다.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산업활동 동향에서 광공업생산은 사상 최악을 기록했던 지난 1월의 -25.6%에 비해서는 둔화(鈍化)됐다고 하지만 전년 동월 대비 -10.3%라는 여전히 큰 폭의 감소폭을 보였다. 또 재고조정이 빠르게 이뤄지는 등 일부 호전을 예고하는 지표들도 있지만 설비투자는 크게 부진했다. 한마디로 수출감소와 내수부진의 흐름을 뒤엎는 반전신호가 아직 안보이고 고용시장도 크게 악화되고 있는 점을 생각하면 산업생산의 반등을 말하기는 이르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경제를 위해서는 근거없는 비관론도 피해야 하지만 섣부른 낙관론도 경계해야 한다. 지금으로서는 경기부양책 등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경기회복대책을 차질없이 추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것이 경제심리를 더욱 호전시키고 경기회복을 앞당기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