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관련약품 '리베이트 액수만큼' 가격인하

특정 의약품을 사용해주는 대가로 의료인이 금품ㆍ향응 등을 받는 '의약품 리베이트'를 근절하고자 정부가 리베이트를 받는 의사와 약사를 처벌하는 규정을 의료법과 약사법에 명문화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또한 7월부터 리베이트 행위에 힘입어 의료기관 병ㆍ의원 또는 의약품 도ㆍ소매상에 납품할 권리를 따낸 사실이 적발된 의약품은 리베이트 총액이 `가격 거품'으로 간주돼 약값이 강제로 깎이게 된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의약품 유통 투명화 방안'을 마련해 단계적으로 시행할 방침인 것으로 31일 확인됐다.

연합뉴스가 입수한 복지부의 '제약산업 육성정책과 의약품 유통투명화 방안' 보고서는 우선 "리베이트를 수수한 의료인 등에 대한 제재를 명확히 할 수 있도록 의료법, 약사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개정안에는 "의료인이 의약품 또는 의료장비 제조업자 등으로부터 금전, 물품, 편익, 노무, 향응, 그 밖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은 경우 1년 이내의 범위에서 면허 자격을 정지한다"는 조항이 들어갈 것이라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정부가 의료법에 리베이트 의료인에 대한 별도의 처벌 규정을 두기로 의견을 정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의 리베이트 수수 행위에 대한 별도의 처벌 조항이 없어 리베이트를 막지 못하는 `솜방망이법'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다만 리베이트 수수 행위를 `의료인의 품위를 손상한 행위'에 준용해 최대 1년의 면허 정지 제재를 가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약사에 대해서는 지난해 12월 중순 약사법 시행규칙에 '약사나 의약품 도ㆍ소매상이 리베이트를 받으면 2개월 자격정지 처분을 받는다'는 규정이 신설되긴 했으나 여전히 모법엔 별도 규정이 없고 면허 정지 기간도 너무 짧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따라 `주는 쪽'인 제약업계에서는 "받는 의사와 약사도 함께 처벌해달라"며 '양벌제(兩罰制)'를 요구해왔다.

대한제약협회는 이날 오후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릴 예정인 `제약산업 발전 대국민 보고대회'에서도 "의약품 유통 부조리에 대해서는 주는 자와 받는 자 모두에게 쌍벌제를 적용해달라"고 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일본도 1990년대 들어 리베이트 의사를 처벌하는 규정을 명문화하면서 의약품 리베이트가 급감했다"면서 "정부 입장은 쌍벌제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정리됐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민주당 김희철 의원이 대표 발의해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에 계류된 의료법 및 약사법 개정안을 지지할지, 별도의 정부 입법을 추진할지 결정하지 못한 상태이다.

이와 함께 복지부는 리베이트를 주고 의료기관 병ㆍ의원 또는 의약품 도ㆍ소매상에 납품할 권리를 따낸 사실이 적발된 의약품은 리베이트 총액에 비례해 가격을 강제로 인하토록 하는 내용의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 기준 관련 고시를 오는 7월부터 시행한다.

고시에는 `리베이트 행위'의 명확한 정의 및 분류, 약값 인하비율 산정 방식 등이 포함됐다.

한편 제약업계가 이처럼 `리베이트 의료인'에 대한 형평 있는 처벌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정부 예산 당국이 제약업계에 대한 조세 지원 확대 여부를 `제약업계의 자정 노력'에 결부시키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는 신성장동력 중 하나인 제약산업 육성과 관련, ▲제약업체 연구ㆍ개발(R&D) 비용에 대한 세금 감면 상시화 또는 일몰 기한 연장 ▲대기업 R&D 투자액에 대한 감세 폭 최대 5배 확대 ▲첨단기술 수출 시 조세 감면 ▲제약기업의 중소기업 인력기준 상향조정 등을 기획재정부에 요구한 상태이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제약업계가 자율적 정화 노력을 구체화한다면 세제 지원 확대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