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이 신세계와 갈등을 빚던 경기도 파주 통일동산 내 아울렛 부지를 포기한다고 30일 전격 선언했다. 이에 따라 최근 불거진 유통 라이벌 간 '파주 땅싸움'은 일단락 됐다. 유통업계에선 이번 결과를 두고 "롯데가 특유의 '짠물 경영'과 '느린 의사결정'으로 인해 '발 빠른' 신세계에 또 한번 당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롯데쇼핑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내년 상반기 개점을 목표로 파주 통일동산 인근에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프리미엄 아울렛 사업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중단 사유에 대해선 "토지 소유주인 CIT랜드 측과 아울렛 부지에 대한 장기 임차계약을 맺고 사업을 진행해 왔으나 신세계와 CIT랜드가 이 부지를 두고 납득하기 어려운 매매 약정을 체결하면서 사업에 차질을 빚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롯데쇼핑이) 기본설계 및 인허가 추진,협력업체와의 입점 협의 등을 지속적으로 진행해온 것을 알면서도 (신세계가) 토지를 매입해 아울렛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신세계를 정조준했다.

이에 대해 신세계는 공식 대응 없이 "매입대금 납입,부동산 등기 등 소유권 이전 절차를 조속히 마무리할 것"이라며 "내년 말께 최고의 명품아울렛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롯데가 신세계에 허를 찔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부산시가 2004년 9월 실시한 해운대구 센텀시티 내 위락단지(UEC) 용지(7만5570㎡) 공개 입찰에서 롯데는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였다. 하지만 롯데가 사업타당성을 놓고 입찰 참여를 저울질하던 사이 신세계가 마감시간을 앞두고 전격 입찰에 참여해 낙찰받았다.

이번에도 신세계는 롯데-CIT랜드 간 부지 매매협상이 가격차로 지지부진한 가운데 CIT랜드로부터 매입 제의가 들어오자 일사천리로 계약을 체결했다. 롯데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이는 "신세계가 당사(롯데 측)에 최소한의 확인 절차도 거치지 않고 서둘러 매입에 나섰다는 점은 비즈니스 관행상 상식적이지 않은 일"이라고 공개 비난한 데서도 드러난다.

롯데는 뒤늦게 CIT랜드 측과 재협상에 나섰지만 롯데가 당초 제시한 낮은 가격과 협상 지연에 '마음이 상한' CIT랜드 고위층이 완강히 거부했다는 후문이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