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어렵습니다. "

정준양 포스코 회장(사진)은 취임 한 달 소감을 묻는 질문에 손사래부터 쳤다. "워낙 불황이 심각해 생각보다 쉽지 않다"며 "지금은 무조건 열심히 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세계 4위 철강업체인 포스코의 새 선장에 취임한 정 회장을 최근 서강대에서 열린 '저탄소 녹색성장 국민포럼' 행사장에서 만났다. 정 회장은 "취임한 지 벌써 한 달이 됐느냐"고 말문을 연 뒤 포스코의 경영 현안과 최고경영자(CEO)로서의 고민을 찬찬히 들려줬다.

정 회장은 감산 얘기부터 꺼냈다. 그는 "최근 포스코가 2분기에도 꽤 많은 양을 감산한다는 보도가 나왔는데,그만큼 힘든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르면 2분기 말부터 감산 폭을 줄여보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계속 "어렵다"는 말을 되뇌였다. 감산뿐만 아니라 △원료값 협상 △철강제품 가격 인하 △신성장동력 창출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작년 12월 사상 첫 감산 조치에 들어간 포스코는 이달까지 총 100만t 이상 생산량을 줄였다. 2분기에도 90만~100만t 정도의 감산 기조를 유지할 예정이다. 철강시장 침체로 수요가 줄고 있는 탓이다. 이미 지난달 영업이익률(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은 창사 이래 최저치인 5% 이하로 떨어졌다.

감산 얘기가 끝나자 정 회장은 "그 다음엔 원료 문제"라며 먼저 말을 꺼냈다. 그는 "주변에서 가장 궁금해 하는 게 포스코의 감산과 원료 문제 아니겠느냐"며 "원료에 대한 생각은 지난번에 말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이달 초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호주 등과의) 원료값 협상이 만만치 않지만,가격은 많이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며 "협상이 끝나면 철강제품 가격 인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향후 원료값 하락에 따른 철강재 가격 인하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호주 등이 경기침체 여파로 수요가 줄고 있는 원자재 공급 가격을 대폭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이어 "포스코의 신성장동력 확보는 어떻게 진행되느냐"는 질문에 "그런 걸 고민하기 위해 여기(저탄소녹색성장국민포럼)에 온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포스코가 미래 성장동력사업으로 신 · 재생에너지 및 친환경 사업 등을 중점적으로 눈여겨 보고 있다는 얘기다.

정 회장은 "그 분야는 이 분이 잘 안다"며 옆에 서 있던 박기홍 포스코 미래성장전략실장(전무)을 잡아 끌었다. 박 실장은 정 회장이 취임하면서 신설한 '미래성장전략실'과 '녹색성장추진사무국'을 책임지고 있다. 박 실장은 "불황을 이겨내는 동시에 미래 먹을거리를 찾아야 하기 때문에 고민이 많다"며 "일단 정 회장이 강조한 브라운 필드(brown field · 기존 사업을 인수한 뒤 보강 투자하는 기법) 투자와 당초 계획했던 일반 투자를 병행하면서 미래 사업에 대한 방향을 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미래 성장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해외 기업 인수 · 합병(M&A)을 꼽았다. 정 회장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M&A 전략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었다. "투자는 미래에 대한 보험"이라며 올해 예정된 7조원가량의 투자계획을 축소 없이 밀고나갈 뜻도 내비쳤다.

정 회장은 "열심히 뛰겠다"는 말을 강조했다. 취임 당시 불황 타개책으로 제시한 열린경영,창조경영,환경경영 등의 경영화두를 지켜내기 위한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