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신차 구입 계약을 맺었던 고객 가운데 일부가 계약 시점을 뒤로 미뤄 달라고 해 난처한 상황입니다. 심지어 오늘 차를 인도받게 돼 있는 한 고객은 지금 자동차를 받을 수 없다며 버티고 있습니다. "

서울 원효로의 한 자동차대리점 소장은 "지난 26일 정부가 오는 5월부터 10년 된 노후 차를 교체할 때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면서 판매 현장에선 큰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며 황당해했다. 그는 "어떤 혜택을 어떻게 줄지에 대한 분명한 가이드라인 없이 이런 얘기를 흘리면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거냐"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자동차 판매 대리점에는 세제 혜택을 줄 것이라는 얘기가 퍼진 26일 오후부터 매장을 찾는 고객이 거의 없고 각종 문의 전화만 늘어나고 있다. 기존 주문을 취소해 달라는 요구와 함께 어떻게 하면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알려 달라는 문의가 대부분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망우동의 대리점 관계자는 "정부 방침이 모호하다 보니 고객들이 무척 답답해하지만 우리로서도 분명한 답을 줄 수 없어 곤혹스럽다"고 했다. 그는 "이런 상태라면 분명한 방침이 나올 때까지 누가 차를 사겠느냐"며 "4월 한 달 동안은 문을 닫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인터넷에도 기존 구매 계약을 해지하는 방법을 묻는 글들이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한 네티즌이 디지털 카메라 사이트에 '계약금 10만원을 걸고 신차 계약을 했는데,해약하고 기다려야 할지 고민된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자 30여분 만에 20여개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는 당정 협의 등 남아 있는 절차가 많아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당분간 자동차 판매시장의 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