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윤리를 침해한다는 종교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국내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황우석 사태 이후 4년만에 재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과연 배아줄기세포가 '기적의 약'이 될 지, '불행의 씨앗'이 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을 권영훈기자가 보도합니다. '고장난 세포를 건강한 세포로 바꾼다' 인간의 세포가 무한정 변화, 증식한다는 점에서 줄기세포 연구는 출발합니다. 난치병 환자에게 줄기세포를 이식하면 건강한 세포가 무한히 증식해 병을 고친다는 것입니다. 국내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과거 황우석 사태 이후 두번째로 재개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차병원 정형민 연구팀은 지난달 체세포복제를 통한 배아줄기세포 연구 승인을 정부에 요청했지만 보류판정을 받았습니다. 연구팀은 배아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는 난자수를 최소화해 윤리적 문제를 해소한 수정안을 조만간 제출하면 다음달중으로 승인이 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정형민 차바이오&디오스텍 사장은 "불임부부가 인공수정이 된 후 남는 난자를 사용하는 만큼 황우석 박사와는 다르다"고 밝혔습니다. 또, "배아줄기세포는 현재 대부분의 세포치료제인 성체줄기세포보다 우월한 효능을 동물임상에서 확인했다며 5년정도면 배아줄기세포 치료제가 시판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형민 / 차바이오&디오스텍 사장 "현재 개발중인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는 많은 수의 배아가 필요 없다. 기존 성체줄기세포와 앞으로 개발될 배아줄기세포 치료제 효과와 안전성 비교할 수 있을 것. 빠르면 5년, 늦어도 10년내 병원에서 실제 치료할 수 있다" 줄기세포 연구 재개에 대한 기대감은 주식시장에서 목격할 수 있습니다. 관련주들이 연일 급등세를 보이면서 투자 주의 종목까지 속출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최근 바이오 열풍이 과거 IT붐 때와 비슷하다며 섣부른 투자를 자제하라"고 조언합니다. 김나연 / KB투자증권 연구원 "미국 오바마 정부의 배아줄기세포 지원 발표 이후 국내에서도 줄기세포 연구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하지만 막연한 기대감을 갖기엔 무리. 실제 실적으로 이어질 지 확인해야" 줄기세포 치료제가 '기적의 약'으로 불리면서 주요 선진국들은 원천기술을 얻기 위해 발벗고 나섰습니다. 이른바 '줄기세포 전쟁'이 벌어진 셈입니다. 영국은 인간과 동물, 이종간 체세포 복제를 허용했고 일본은 만능유도줄기세포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미국은 오바마 정부가 배아줄기세포 연구 지원을 발표하면서 각종 연구들이 다시 활기 띄고 있습니다. 우리의 현실을 보면 2005년 황우석 박사의 논문조작 사건 이후 지금까지 줄기세포 연구는 답보상태입니다. 정부 지원 아래 줄기세포를 연구하는 세포응용사업단은 잃어버린 4년을 보상받기 위해서라도 국내에서 연구 재개가 시급하다고 주장합니다. 김동욱 / 연세대 의대 교수 "이 사건으로 냉소적인 사회분위기가 확산. 2006년 이후 정부의 연구 지원규모는 점차 감소. 차병원의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일부 수정사항만 고치면 조만간 승인날 것으로 본다" 하지만 줄기세포 연구는 윤리문제와 뗄래야 뗄 수가 없습니다. 줄기세포는 연구는 크게 수정란 배아줄기세포와 성체줄기세포로 나뉩니다. 그런데 배아줄기세포의 경우 정자와 난자의 인공수정을 통해 얻은 배아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로 배아 파괴 행위가 윤리문제와 항상 직면하게 됩니다. 이은일 / 고려대 의대 교수 "배아를 실험대상으로 한다는 것 자체가 인간의 생명을 실험한다는 것. 과학자들의 의욕과 국가에 경제적 효과가 막대할 것이란 정치지도자나 국민들이 윤리문제를 간과할 때 돌아오는 악영향에 대해 진지한 성찰이 없다" 하지만, 법테두리안에서 얼마든지 양심적인 실험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난자를 쓰지 않고 다 자란 체세포를 초기 배아 단계로 되돌려 다른 세포로 분화하는 역분화줄기세포 기술이 등장했습니다. 그렇다면 국내 줄기세포 연구는 어느 수준일까란 질문에 전문가들은 '아직 희망은 있다'는 평가입니다. 국제학술지 스템셀에 따르면 2007년 7월 현재 배아줄기세포 논문 수에서 한국은 세계 4위를 차지할 정도로 가능성은 열려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줄기세포 분야 선두권 진입을 위해선 아낌없는 정부 지원과 원천기술 확보가 필요하다"고 주문합니다. 김동욱 / 연세대 의대 교수 "우선적으로 경쟁할 수 있을 정도의 정부지원이 대폭 늘어야. 이후 전략과 전술을 짜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인간복제 우려와 비윤리적 행위란 지적을 뒤로 하고 줄기세포 치료제가 생명연장을 위한 신약으로 등장할 날이 멀지 않아 보입니다. 권영훈기자 yhkwon@wowtv.co.kr